[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가라앉아 생긴 구멍 싱크홀(sinkhole)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덩이다. 육지나 바다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는 게 싱크홀이다. 지각운동이 안정적인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규모의 큰 싱크홀도 세계 곳곳에는 많이 존재한다. 세계 최대의 수직 싱크홀인 멕시코의 ‘제비동굴’은 지름 50m에 깊이가 물경 376m다. 베네수엘라에는 해발 2000m가 넘는 산 정상부에 있는 ‘사리사리나마’라고 부르는 싱크홀도 지름과 깊이가 350m에 이르는 대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싱크홀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거나 발견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규모의 것들에 비하면 ‘앙증맞다’고 할만한 정도의 소규모다. 지름과 깊이가 고작 5m 안팎인 거다. 우리나라의 싱크홀은 왜 이리 작을까. 국토 대부분은 단단한 화강암층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있어 땅 속에 빈 공간이 쉽게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싱크홀의 위험성 측면에서 볼 때 그나마 축복이라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도심지의 싱크홀은 대개 도로상에서 발생한다. 도로의 껍데기를 벗기면 상하수도관, 가스관, 전선관로 등등이 거미줄처럼 지나고 있다. 이런 것을 공사하고 난 뒤 파낸 곳을 흙으로 제대로 메우고 다져야 한다. 그런데도 그러지 않아 주변이 무너져 내림으로써 구멍이 움푹 파이는 거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도로상의 싱크홀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인재(人災)의 허방인 거다. 엊그제 경주-울산 간 국도 위에서 며칠 간격으로 잇달아 두 차례나 싱크홀이 발생했다. 도로지하 공사 뒷마무리를 잘 못한 데 원인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참 불안한 도로 위를 씽씽 달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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