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 정재모
철새
  • 정재모
  • 승인 2016.0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봄이 되자 아파트 곳곳에 이삿짐 트럭과 사다리차들이 자주 눈의 띈다. 바야흐로 이사철이 시작된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요즘 살던 데를 옮기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새들도 제 생리에 맞는 기후환경을 찾아 가고 온다. 그게 철새다. 봄이 오면 겨울새는 저 북쪽 시베리아로 날아가고, 제비와 두견이 같은 여름새들은 ‘강남’에서 우리나라로 찾아온다. 두견새와 곧잘 혼동되는 소쩍새 또한 봄이 되면 어디선가 날아와 서정주의 시구처럼 봄부터 그렇게나 울어댄다.
 철새는 영어로 마이그런트(migrant)다. 비단 새뿐 아니라 이동하는 습성을 가진 동물을 통칭하는 단어다. 마이그런트와 뿌리가 같은 낱말로는 마이그레인(migraine)이 있다. 편두통(偏頭痛)이다. 편두통은 통증 부위가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람을 괴롭힌다. 서양 사람들이 편두통의 스펠링을 철새의 그것과 비슷하게 조합하여 만든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둘 다 ‘이동하다’는 뜻의 동사 ‘마이그레이트(migrate)’에 어원이 있는 거다.

 새로이 전월셋집을 찾아 이사를 가고, 철새가 제 살기 좋은 곳 찾아가는 요즘, 올봄엔 또다른 인간철새들의 이야기도 요란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 공천 작업이 이뤄지면서 정치인들이 이당 저당 옮겨 다니는 모양새가 어지럽다. 여당 사람이 야당으로 가고 야당 사람은 여당 아니면 또 다른 당으로 발을 들여놓는 품이 이 나무에서 저 나뭇가지로 포르르 날아가 앉는 새와 하등 다르지 않다. 새들이야 먹이 찾아 옮기는 거겠지만 정치인들은 먹을 것쯤은 있을 건데 왜 그럴까.
 인간 철새들이 날아들자 정당들은 온갖 아름다운 환영사를 아끼지 않는다. 보내는 측은 강아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 비난의 화살을 독하게 날린다. 국민들이 보기엔 누가 누구 나무랄 처지도 아니련만 다들 자기만 옳고 남은 그른 모양이다. 한데 문제는 타당 낙천자들이 철새처럼 날아든 정당들은 그 이동성 인간들 때문에 머지않아 심각한 편두통을 앓게 될 거란 점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국민 눈에도 그 상황이 훤히 내다보인다. 그런데도 여야의 찧고 까붊이 가관이다. 철새와 편두통이 한 계열이란 걸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만 모르는 걸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