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어제 아침 어느 진보 언론에 ‘이대로 선거 치르면… 새누리당 ‘208석’’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지금처럼 야당이 분열된 상태로 선거를 치르면 새누리당은 ‘개헌선’(200석)을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면서 야권연대를 강력 촉구하는 글이다. 이 글은 야권에 정통한 인물이 쓴 기사다. 야당 패배를 걱정하는 절박성이 묻어난다.
다른 언론은 아예 “새누리당이 개헌선인 200석 이상을 확보하면 국민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음울한 글까지 올렸다. ‘대통령이 국회 절대다수를 확보하면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할 것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개헌까지 이뤄질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무늬만 남게 될 것이다. 국민은 국가의 주인은 아니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 ‘야권연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현재로선 야권연대는 불가능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안철수를 뺀” ‘야권 통합’을 밀어붙이다 안 대표의 강력 반발로 무산되고 만 것이다. 김 대표의 “안철수 빼고”는 안 대표를 자극해 가능했을 수도 있는 ‘야권 연대’까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김 대표 제안을 덥석 잡았던 김한길 의원만 ‘한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자 한완상·함세웅 같은 재야 인사들이 들고 일어났고, 진보 언론들이 숨가쁘게 야권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4년 전 ‘한명숙-이정희’ 야권연대를 부채질했던 식이다. 그들의 주장은 ‘새누리당 압승-개헌선 확보-박근혜 독재’라는 일관성을 갖는다. 야권이 분열하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안겨준다는 것이다.
지금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새누리당이 ‘208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근거는 19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10%p 이내로 야당이 이긴 43곳이 야권분열로 새누리당 승리로 바뀌고, 야권 분열로 충청 지역 10곳까지 잃게 돼 모두 53곳에서 승패가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다.
선거는 이제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진보측은 야권 연대 시한을 ‘4월 4일’로 정했다. 이날까지 야권후보를 단일화하면 후보 이름 옆에 ‘사퇴’ 표시가 들어가기 때문에 단일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4월 4일 이후 단일화해봐야 ‘사퇴’ 표시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진보언론은 “이래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 개헌선을 막을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야권 지지자들에 의한 야권 단일화, 즉 ‘선택과 집중’에 의한 전략적 몰아주기 투표밖에 해답이 없어 보인다”고 절박하게 야권 연대 무산 이후의 행동지침까지 제시했다. 더민주, 국민의당 후보 가운데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달라는 것이다. 선거개입에 가깝다. 얼마나 간절하면 이럴까?
현행 선거법은 정당득표를 의석에 반영한다. 비례대표 배분에 정당이 얻은 득표율을 반영하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과 별도로 각 당이 얻은 표를 비례대표에 환산해 의석을 나누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 국민의당이 야권연대 대신 지역구에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록 지역구에서 당선이 되지 않아도 국민의당 후보가 얻는 표가 비례대표 의석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당으로서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공천 반란,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으로 만신창이가 된 현실에 고무되어 있다. 새누리-더민주 양당에 넌더리를 낸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을 선택할 가능성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27일 더민주당을 향해 “야권연대를 원하면 더민주당 후보가 양보하면 된다”고 큰소리 친 것은 이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같은날 ‘야권후보 단일화’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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