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밑빠진 독에 물붓기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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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밑빠진 독에 물붓기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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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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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마침내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다.
 작년 10월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를 구성하고도 총선 등 정치일정을 의식해 미적거리다 26일 열린 3차 회의에서 해운과 조선 등 부실 업종의 구조조정 방향을 확정한 것이다. 이미 이들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으나 정치·경제적 부담 때문에 손을 놓고 있다가 해운과 조선업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쌓여 곪아 터질 상황에 직면하자 수술에 나섰다. 많이 늦었지만 정부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에 작정하고 나선 것은 다행이다.
 이날 발표된 기업 구조조정 로드맵은 부실이 심한 조선과 해운업 등 이른바 경기민감업종만 정부가 직접 컨트롤하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의 여타 공급과잉업종이나 부실기업은 채권단에 맡기기로 했다.
 대표적인 해운업체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과도한 용선료 부담과 업황 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당장 수술대에 올라야 할 형편이다. 두 업체의 부채는 10조4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의 작년 적자액은 8조5000억원이며 특히 부실이 심한 대우조선해양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진 빚만 13조원이다.
 두 해운업체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를 줄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국책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나 한국은행의 대규모 출자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두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2조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에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이해당사자인 채권단과 근로자, 주주 등 투자자의 고통분담과 사주나 경영진에 대한 철저한 부실책임 추궁은 당연하다.

 기업 구조조정은 단순한 경영정상화가 아닌 미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계의 재편과 맞물려야 한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합병이나 사업분야의 조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탄탄한 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해운과 조선업의 합병이나 빅딜과 관련 ‘시기상조’라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진단대로 이들 업종의 경영여건이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이런 흐름이 조만간 개선될 전망이 없다면 구조조정 만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지않을까 걱정스럽다. 구조조정의 근본 방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공급이 넘쳐 구조조정 업종으로 꼽혔던 철강과 석유화학, 건설 등도 당장은 재무적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업황에 따라 언제든 부실화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설비감축이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한다.
 시간도 촉박하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어 구조조정이 막힐 수 있다. 갈수록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은 거세지고 부실은 불어날 것이다.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연내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그려지고 핵심적인 부분은 완료돼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을 다룰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국가의 현안에 관심을 두고 협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입법이나 공적자금 조성에서 정치권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개별 사안에 개입해서는 곤란하다. 사업의 재편이나 인력 조정 등에 정치권이 간섭하면 구조조정은 커녕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부실기업의 청소 과정에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한 만큼 정부는 실업자에 대한 대책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에 대한 대국민 설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사즉생’ 정신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절박한 각오로 부실을 털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변모시켜야 할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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