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2번째 과학 노벨상, 부러워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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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2번째 과학 노벨상, 부러워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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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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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이로써 일본은 3년 연속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으며 역대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22명(미국 국적 취득자 2명 포함)으로 늘어났다.
일본 열도가 환호에 휩싸인 것은 물론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3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오스미 교수에게 축하전화를 걸어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며 “선생의 연구 성과는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빛을 줬다”고 치하했다.
일본 과학계의 잇따른 개가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는 일본을 시샘해서가 아니라 이 땅의 기초과학 여건이 너무나 열악함을 재확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노벨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들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분야에서 묵묵히 연구의 외길을 걸어온 공통점이 있다. 오스미 교수는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 중이던 1976년 이래 40년간 효모 연구에만 매달려 왔다. 세포의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무려 3만8000종의 돌연변이 효모를 검사하는 고달픈 작업 끝에 14종의 유전자가 오토파지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주목받지 않는 분야였던 만큼 연구비를 얻기도 쉽지 않았고 51세가 돼서야 정교수가 될 정도로 승진도 늦었다고 한다. 오스미 교수는 “남들과 경쟁하는 것이 싫다. 아무도 하지 않는 분야에서 개척하는 편이 즐겁다”고 말했다. 일본 과학자들의 이런 ‘한우물 파기’ 정신이야말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평가받는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집념을 가진 과학자들이 평생 딴마음을 품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 일본 정부는 1995년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고 2001년부터는 종합과학기술회의를 설치해 신기술·신지식 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도쿄대 등 소수의 명문대학이 인재나 연구 지원 등을 독점하지 않고 옛 제국대 그룹과 지방 국립대 등이 활발히 교류하고 경쟁하는 일본 과학계의 열린 풍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과 최상위권 성적의 대입 수험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의대에 진학한 우수 인재들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힘들지 않고 돈은 잘 버는 전공과목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에 목을 맬 뿐 기초의학은 대부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러니 최고의 인재가 모였다는 국내 의과대학들 가운데 학술논문 피인용 횟수와 발표 건수 기준 세계 300위 이내에 든 곳이 전무하다는 소식도 놀랍지는 않다.
기업들이 당장 돈이 되는 실용기술 연구에 집중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기초과학 연구 지원에 큰 몫을 해야 할 정부마저 단기간에 성과를 낼 것을 독려하면서 연구비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을 관료적 규제로 옭아매기 일쑤다.
정부와 기업, 학계가 기회 있을 때마다 입을 모아 강조하듯 지금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개발한 기술을 재빨리 모방해 따라잡는 추종전략으로 산업화를 이뤘지만 이제 그런 방식으로 중국 등 후발국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초과학의 토대를 튼실히 하지 않고서는 새 시대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위해 과학계의 풍토, 정부 정책, 교육 시스템, 기업 R&D와 산학 연계 등 기초과학 진흥과 관련된 모든 면을 재검토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제도와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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