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아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시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오~매 단풍 들것네’를 나직이 웅얼거려 보는 때가 돌아왔다. 장독간에 떨어지는 불그레한 감잎을 보며 단풍철이 다시 돌아왔다고 감탄하는 누이와 그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話者) 오라비의 이미지가 마냥 정겹다.
전라도 강진의 어느 산촌 농가 장독대에 어느새 ‘골 붉은’ 감잎이 사뿐히 내려앉고 있는가. 경북 내륙지방 단풍 소식도 지면에 떴다. 지난달 말 설악산에 첫 단풍이 시작됐다더니 어제오늘 단풍으로 이름난 주왕산과 소백산에도 첫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는 거다. 금주 들면서 비가 그친 후 기온이 뚝 낮아지면서 산들이 선연히 물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상당국이 말하는 ‘첫 단풍’이란 정상에서부터 산 아래쪽으로 20%가량 물들었을 무렵이다. 그러니 지금 주왕산과 소백산 등엔 8부 능선 이상이 울긋불긋하다는 뉴스이겠다.
단풍이 내려오면 언제나 무상감부터 먼저 찾아온다. 화려함도 잠시, 멀지않은 장래에 가을은 우리에게 등짝을 보이며 휘익 멀어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경치라면야 황량하게 잎 져버린 산에 눈이 덮인 광경도 좋을 거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락하기 직전의 저 현란한 채색(彩色)과 울긋불긋 등산복 입은 관광객들이 어울리는 이 가을 산이 그래도 사람의 마음을 더 끄는 게 아닐까. 이번 주말 야외복 갈아입고 무작정 나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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