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양식
  • 김용언
멧돼지 양식
  • 김용언
  • 승인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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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빛나는 존재라고 /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마라, 너는 커서 참나무가 되리니 (*Henry David Thoreau에게서 따옴.) <박노해 - 도토리 두 알>
혹시나 하고 대구일보 연재물을 뒤지다가 제목 속의 ‘도토리’에 눈길이 꽂혔다. 뭔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육감에 시를 훑었다. 드디어 ‘멧돼지’가 나왔다. 박노해 시인이 공들여 썼을 작품이지만 음미할 여유가 없다. 마감시간에 쫓기는 처지에 ‘멧돼지’란 낱말 하나를 찾아낸 사실이 더 기뻤다.

요즘 들어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잦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엊그제(17일) 오전엔 구미시 해마루초등학교 앞에도 나타났다가 119구조대의 마취 총에 맞아 잡혔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른 아침이어서 등교한 아이가 없었다니 다행이다. 2015년 겨울 강원도에선 ‘살인멧돼지’소동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이 뿐인가. 멧돼지는 서울 종로에도 내로라는  듯 나타났다가 경을  친 일이 벌써 수백 차례다. 지난해 전국 포획이 2만8214건이다. 환경부 집계다.
“겁 많다”는 멧돼지가 사람사는 동네에까지 왜 내려올까.  이유야 많겠지만 배가 고픈 탓일 게다. 자칫 엽사의 총에 맞을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사람들은 도토리를 싹 쓸어 가버린다. 그러니 먹을 게 풍족할 리가 있나. 도토리는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이란 시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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