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빵을 좋아해서 빵점 맞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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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빵을 좋아해서 빵점 맞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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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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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반 아이들
▲ 서가숙 작가

 1. 청개구리 수혁이

수혁은 무조건 반대로 하는 아이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친구들을 툭툭 치거나 물건을 빼앗아 던져서, 반 친구들이 기피하는 1호 대상입니다.
그래서 별명도 ‘청개구리’ 입니다.
“내일은 받아쓰기 시험 치니까 미리 공부해 오세요.”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수혁은
“선생님, 저는 빵을 좋아해서 빵점 맞을래요.”하며 분위기를 흐려 놓습니다.
체육시간에 줄넘기를 할 때 여자 아이들의 줄넘기를 빼앗아 멀리 던지고는 도망 다니고, 미술 시간에는 재빨리 그림을 엉망으로 그리고는 돌아다니며 장난삼아 친구들의 그림에 낙서도 합니다.
친구들은 수혁이의 행동이 너무 미워서
“선생님, 자리 바꿔주세요.”
바꿀 때 마다 친구들이 모두 꺼려해서 결국 수혁은 짝도 없이 맨 앞에 혼자 앉게 되었습니다.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뒤돌아보고 얘기하고 시끄러워서
“수혁은 선생님 옆에 앉는다.”
수혁은 선생님과 짝이 되자 아이들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입 벌리고 돼지코를 만들며 수업을 방해했습니다.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경주월드로 갔습니다.
“조끼리 짝을 지어서 같이 다니고 3시까지 회전목마 앞에서 모입니다.”
선생님은 몇 번이나 위치를 설명해주고 다짐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조끼리 손을 잡고 흩어졌습니다.
“신나게 놀아야지. 여기 있는 놀이기구 다 타 볼 거야.”
“같이 다니라고 선생님께서 말씀 하셨잖아.”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혁은 혼자 신나게 뛰어 다니며 놀이기구를 타는데 정신이 팔렸습니다.
“새치기 하지 말고 줄서.”
“내 맘이다. 저리 비켜. 놀이기구 몽땅 다 탈거야.” 친구들이 화를 내어도 신경도 안 쓰고 막무가내로 중간에 끼어들며 이것저것 놀이기구를 타며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픈데 어디 가서 밥 먹을까?”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더니
“저기가 좋겠다.” 그곳은 “고장”이라는 팻말이 쓰인 놀이기구였습니다.
“여기서 먹어야지.”
놀이기구 안에서 먹는 김밥은 너무 맛있었습니다. 더구나 친구들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며 먹는 음료수의 맛이란 최고였습니다.
“바보같이, 새치기하면 더 많이 탈수 있는데……”
친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같은 조모임 친구들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수혁을 보았습니다.
“너 왜 그 안에 있어? 고장이라고 쓰여 있는데”
“여기서 밥 먹는다. 왜?”
“실컷 놀다가 이제 먹는구나. 거기 있으면 혼날 텐데.”
“시끄러. 내 맘이다. 빨리 가기나 해.”
어머니께서 싸 주신 음식을 모두 먹고 나니 배가 불렀습니다.

“아-피곤하다. 조금만 쉬어볼까?
조금 있다가 놀이기구를 내가 제일 많이 타야지.” 어젯밤 놀이기구를 탈 생각에 너무 기뻐서 밤늦도록 잠들지 못해서 인지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으니 잠이 쏟아졌습니다.
수혁은 좁은 놀이기구 안에서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3시30분. 아이들을 다 태운 관광버스는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수혁이가 안보여요. 더 찾아 볼 테니 먼저 출발하세요.” 담임선생님과 보건선생님이 남고 관광버스는 떠났습니다.
“에버랜드 관계자들의 협조를 받아야겠어요.” 노란색 체육복을 입은 수혁을 찾는다는 방송이 여러 번 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아이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지만 어디에도 노란색 체육복을 입은 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불안해서 입술이 타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민지는 체험학습에서 수혁이가 없어졌다는 얘기를 어머니께 말씀 드렸습니다.
“청개구리 수혁이가 새치기까지 하면서 놀이기구를 타더니 없어졌어요. 점심도 고장 난 놀이기구 속에서 먹고요. 아무튼 하지 말라는 행동은 다 해요.”
“누가 남아서 수혁을 찾고 있어?”
“선생님께서 남으셨어요. 놀이기구 속에 있는 것을 본 이후로는 못 봤어요.
3시까지 모이라고 했는데 삼십분이 지나도 안 왔어요.
“놀이기구를 모두 다 타본다고 했는데 아직도 타고 있을지도 몰라요.”
걱정이 된 민지 어머니는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민지 어머니인데요, 수혁을 찾았습니까?”
“아직 못 찾았습니다. 지금 찾고 있어요.”
“민지가 하는 말이 고장 난 놀이기구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고 하던데 혹시 그 안에서 잠든 게 아닌가 하고요. 한번 찾아보셨으면 해서요.”
“여기가 어디지?”
잠에서 깨어난 수혁은 두리번거리다가 놀이기구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아야, 뭐야? 엄마! 엄마 어디 있어?”
수혁은 어둡고 낯선 곳에서 너무 놀라 소리치며 엉엉 울었습니다.
“고장 난 놀이기구 속에 아이가 있는지도 몰라요.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주세요.”
잠시 후, 선생님과 관계자들이 수혁을 발견했을 때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수혁아, 괜찮아?”
수혁은 눈물 콧물로 얼굴이 뒤범벅인데다 옷이 흙투성이였습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다독거리며 수혁을 껴안은 선생님의 얼굴이 곧 일그러졌습니다.
“이게 뭐야? 이 냄새는?”
수혁이가 너무 놀라서 대소변을 옷에 봤는데 그게 흘러내려 선생님 옷에 다 묻은 것입니다. 수혁이가 미안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선생님, 친구들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비밀로 해 달라고? 난 입이 좀 가벼운데.
더구나 2학년 아이가 옷에 똥을 쌌다고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제부터 선생님 말씀 잘 들을게요.”
“약속은 깨어지라고 있는 거야라고 하면서 안 지키면?”
“이제 약속 잘 지킬게요. 청개구리가 엄마 죽고 나서 약속을 지켰잖아요.”
“좋아. 수혁이가 청개구리처럼 약속을 잘 지키는지 두고 봐야겠다. 이제 약속. 도장. 복사. 자 사진도 찍고. 증거가 있어야 하니까.”
선생님은 휴대폰으로 복사 손을 재빨리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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