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한테는 인사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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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한테는 인사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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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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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반 아이들
▲ 서가숙 작가

[경북도민일보] 8. 안녕하세요?

윤희는 2학년이지만 나이는 13세입니다.
뻐꾸기시계가 8시를 알리면 할머니 손을 잡고 학교에 갑니다.

윤희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가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손을 홱 뿌리치는 나쁜 버릇이 있습니다.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보이자 얼른 할머니 손을 뿌리칩니다.
“안녕하세요?”
윤희가 큰 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윤희가 학교에 가는구나.”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아이들이 여러 명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윤희가 인사하자
“언니, 안녕?”
아이들이 기분 좋게 인사를 합니다.
윤희는 나이는 많지만 어린 1학년에게도 존칭을 씁니다.
존칭의 뜻이 뭔지 모르지만 윤희는 인사는 누구에게나 다 똑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머니가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도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도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인사를 여러 번 했습니다.
모두 모르는 사람이지만,
윤희는 만나는 사람 아무에게나 인사합니다.
중학생들이 바쁜 걸음으로 교문으로 들어가는 게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윤희는 신나게 인사를 합니다.
“어, 그래. 윤희 안녕.”

중학교는 집에서 3분, 윤희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8분정도의 거리입니다.
어린이를 태우는 노란버스가 보이면 윤희가 더 큰 소리로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고개 들어보면 노란버스는 벌써 지나가고 없습니다.

인사를 하다보면 사탕도 받고, 초콜릿도 받고,
가끔 과자나 음료수도 받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만 했을 뿐인데 착하다고 먹을 것을 주고 칭찬도 해 주어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강아지도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가 깜짝 놀라서
“강아지한테는 인사 하지 마!”

학교와 학생을 지켜주는 지킴이 선생님이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윤희도 안녕하세요? 오늘도 일찍 왔구나.”
교문에서 지킴이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합니다.

교실에 들어갑니다. 아무도 오지 않은 텅 빈 교실입니다.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지만 교실에게 인사를 합니다.

“할머니, 배 아파.”
윤희는 할머니와 화장실에 갑니다.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게도 인사합니다.

책 읽어주는 도서관 어머니께서 지나갑니다.
“안녕하세요?”
“윤희가 일찍 왔구나. 밥 먹었니?”
“예.”
“맛있게 먹었어?”
“아니오.”
누가 질문하면 예, 아니오. 라고 대답합니다.

윤희는 학교에서 인사를 가장 잘 하는 착한 어린이입니다.
키 작은 뇌병변 1급 장애우지만
늘 미소를 지닌 윤희를 모두 좋아합니다.

내일도
모레도
누구를 만나더라도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면 윤희입니다.


오늘은 윤희가 허브 랜드 공룡마을 체험학습 가는 날입니다.
아침부터 새 옷을 입고 기분이 좋아서 몇 번이나 거울을 봅니다.
“저기 가요. 네. 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수십 번 얘기 합니다.

“윤희야, 학교 가니?”
아파트 아줌마들이 물어봅니다.
“저기 가요. 네. 가요.”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옹알거리며
마음이 들떠 계속 했던 말을 반복합니다.

차 안에서 비닐 봉투를 자꾸만 만지작거립니다.
“김밥 있어요?”
“언제 먹어요?”
눈앞에 보이는 비닐 봉투 속에 김밥이 있는 줄 알면서도
먹고 싶어서 계속 물어 봅니다.

드디어 허브 랜드에 도착했습니다.
손바닥으로 허브 잎을 살짝 스치면
손끝에서 향기로운 허브향이 폴폴 묻어납니다.

커다란 육지 거북이가 통 안에서 기어갑니다.
“안녕하세요? 이름이 뭐에요?”

“육지 거북이인데 나이가 마흔 살이란다.”
사육사의 설명에 윤희는 눈을 껌뻑거립니다.
마흔 살이 무슨 말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기에요? 못 걸어요?”
인사도 못하는 거북에게 실망한 윤희는 섭섭합니다.

허물을 벗은 커다란 뱀이
유리 상자 안에서 윤희를 빤히 쳐다봅니다.
“안녕하세요?”
하며 유리문을 퉁 퉁 두드립니다.
뱀이 혀를 날름거리자 금방 외면해 버립니다.
커다란 북이 보입니다.
손으로 두드리자 소리가 둥둥 울립니다.
“위험! 위험!”
무서워서 재빨리 도망갑니다.

나무로 조각된 첼로를 켜는 여인에게 다가갑니다.
“안녕하세요?”
손으로 나무 조각상을 만지다가 딱딱한 감촉에
슬며시 손을 내려놓습니다.

로봇이 진열된 곳으로 갑니다.
손으로 만지자 소리가 삐비빅 크게 납니다.
“삐뽀! 삐뽀!”
벼락 같이 도망갑니다.

개구리 귀로 앞에서
옆 사람 따라서 막대기로 쓱쓱 문질러 봅니다.
개구리 울음소리가 귀로에서 들립니다.
“개구리에요. 개구리.”
개구리 소리에 놀라서 귀로를 던집니다.
정원에는 공룡들이 즐비하게 서 있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공룡 입에 넣고
빼지 못해서 소리를 지릅니다.
“내 손. 아야.”

잠시 후, 용기를 내어 도움을 받아 공룡위에 올라탑니다.
“김치-.”
손을 입가로 갖다 대며 어설픈 억지 미소를 짓습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무서워서 떨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 네 명만 탈 수 있는 꼬마 열차가 보입니다.
꼬마 열차는 한 칸에 한 명만 겨우 탈 수 있습니다.
“위험! 위험!”
무서워서 금방 울상 짓고 소리를 지릅니다.
숨 가쁜 소리를 외면한 기차는 다섯 바퀴를 돌고 나서야 멈춥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윤희!”
까치발을 바짝 세워서 고개를 쑥 내밀어 봅니다.
윤희공주입니다.

어린 왕자 동상에게 다가갑니다.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 손을 잡고 자꾸만 쳐다봅니다.
차갑고 딱딱한 손이지만 어린 왕자는
잠시 동안 윤희의 친구가 되어줍니다.

정원에는 빨간 장미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무궁화.”
빨간 꽃 노란 꽃 보랏빛 꽃 그 모두가
윤희의 눈에는 이름이 무궁화입니다.

향기 터널을 지나갑니다.
여기저기서 허브향이 날아다니며 향기를 내뿜습니다.
“으, 방귀냄새.”
허브향이 윤희에겐 방귀냄새로 느껴집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경주 천년의 미소 조각 앞에 앉아서
두 다리 쭉 펴고 편안하게 앉습니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윤희는 커다란 할머니 석상이 정답습니다.

여러 곳을 구경하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서 바닥에 자리를 깔았습니다.
과자와 음료수 그리고 김밥을 꺼내놓고 보니 미소가 저절로 번집니다.

먹음직스런 김밥을 하나 집어 입안에 넣고 나서
재빠른 손으로 컵에다 음료수를 부어 마십니다.
“와, 맛있다.”

김밥과 음료수의 만남.
소풍은 바로 이 맛입니다.
더 이상 표현할 아름다운 말이 없습니다.

“와-.”
작은 과자를 한 알 위로 던져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받아먹는 맛.
“골인! 골인!”
위로 던져서 받아먹는 놀이는
소풍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하고 재미있는 매력적인 맛.

이제 배가 부릅니다.
배가 부르니 눕고 싶어집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색입니다.
다리를 포개고 두 손으로 베개 삼아 누워 눈을 감습니다.
“좋아요. 좋아요.”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거북이도 기차도 어린왕자도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윤희야, 오늘 재미있었니?”
“네, 좋아요.”
“뭐가 제일 좋았어?”
“김밥, 맛있어요.”

오늘 구경했던 그 무엇보다도
윤희에겐
김밥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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