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C 연례회의에 보고된 논문 내용이 정부 관계자 주장대로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숫자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불법포획을 저지른 일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해양경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도 돌고래를 포함해 586마리가 연근해에서 잡혔고 이 가운데 12마리는 불법 포획됐다. 해경의 공식 집계는 불법 포획 사실을 인정하는 실증 자료가 아닌가.
동해 일대에 고래 개체수가 부쩍 늘어났음은 맨눈으로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상업 포경이 금지된 지난 21년 동안 동해는 고래의 천국이 됐고 동시에 IWC가 주시하는 해역이 됐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와 어민 사이에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만 있다. 이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돌고래 개체수의 증가가 어민 생계에 큰 피해를 입히는 때문이다.
돌고래만이라도 솎아내자는 어민들 주장의 근거는 크게 나눠 두 가지다. 그물을 비롯한 어구 파손과 어족자원 고갈이다. 고래가 먹어치우는 고기가 사람이 잡는 고기의 3배나 된다는 주장도 있고 보면 어민 피해가 엄살만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어민들의 요구대로 연구 목적 포경만이라도 허용하려면 논거가 분명해야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논거(論據)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돌고래의 정확한 개체수 파악이 선행돼야 하고 고래 불법포획과 유통이 사라져야 한다.
어장에 쳐놓은 그물에 걸려 숨진 밍크고래는 어민들 사이에 `바다의 로또’로 통한다. 힘 안들이고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는 뜻이다. 이런 탓에 금지된 작살 사냥이라도 감행해서 한 밑천 잡아보려는 유혹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 또한 돌고래를 잡지 못하면 쫓아내기라도 해야 한다는 어민들의 요구를 건성으로 듣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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