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원수야 내 행복을 다 빼앗아간 적군이야’
  • 경북도민일보
‘동생은 원수야 내 행복을 다 빼앗아간 적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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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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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반 아이들
▲ 서가숙 작가

[경북도민일보] 10. 늦둥이 동생

유진은 외동딸이라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신이 납니다. 주말에는 먼 곳을 다녀오기도 하고, 방학 때는 해외여행도 다녀오는 유진을 친구들은 몹시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우울하고 짜증나고 슬프고 화가 납니다.
한 마디로 속이 상합니다.
두 달 전에 태어난 남동생 때문입니다.
“유진 이는 좋겠네. 동생이 생겨서.”
“축하해. 누나 소리 듣게 되었구나.”
“늦둥이 동생 많이 예뻐해 주렴.”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겠다.”
‘아닙니다. 동생이 생겨서 너무 싫습니다.
누나 소리 듣고 싶지도 않고요, 아기를 예뻐해 주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이제야 사람 사는 집 같다니요?
저는 지금까지 잘 먹고 행복하게 잘 살아 왔어요.’
친척들이 말씀 하실 때 마다 유진 이는 큰 소리로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착하고 예쁘다는 말만 들어왔기에 속마음을 감추느라 마음이 아프고 불편했습니다.
친구들 중에 동생이 착하다거나 좋다고 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습니다.
“동생 잘못은 모두 내 책임이라 짜증나.”
“동생은 공부 못해도 용서 받고, 내 물건을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쓰고 귀찮게 해.”
동생이란 존재는 나쁜 사람이 분명 합니다.
동생이 예쁘다거나 고맙다고 하는 친구를 못 봤습니다.
아마도 동생이 자라면 나를 괴롭힐게 뻔했습니다.
어머니는 왜 동생을 낳아서 나를 힘들게 하고 행복을 빼앗는지 원망스럽습니다.
집에 오면 늘 자신을 반겨주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고 친구 생일까지 챙겨주시던 어머니셨는데, 동생이 태어난 후부터는 물어보지도 않으십니다.
“유진아, 동생 한번 봐. 너무 예쁘다.
하품도 얼마나 예쁘게 하는지 귀여워서 혼자보기 아까워.
사진이라도 찍어 놓을까?”
유진 이는 마지못해 다가가서 동생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예쁘긴 뭐가 예쁘다고? 외계인 같은데.’
유진은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간식을 먹어본지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매일 다른 간식을 준비해주던 식탁위엔, 젖병과 우유통과 물통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유진은 물건을 쓰레기통에 넣고 싶었습니다.
‘동생은 원수야. 내 행복을 다 빼앗아간 적군이야. 언제까지나 두고두고 미워할 거야.’
유진은 서러워서 눈물이 났습니다.
부모님의 관심은 오직 아기에게만 쏠렸습니다. 말도 못하는 아기에게 혼자 말을 하고 웃고 노래 불러주는 어머니가 서운했습니다.
동생이 너무 미워서 방에 들어와 울었습니다.
찾고 싶었습니다. 빼앗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의 관심을 모두 자신에게로 돌려놓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없고 그저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유진은 말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유진아, 사춘기니?”
친척들은 사춘기가 왔다고 놀렸지만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싫었습니다.
아빠가 퇴근길에 천도복숭아를 사 오셨습니다.
천도복숭아의 전설을 알고 있기에 유진은 아빠가 깎아 주시는 천도복숭아를 말없이 먹었습니다.
“유진아, 유준이가 외계인같이 못 생겼지?”
“그 정도는 아니고, 못난이.”
“유진 이는 어릴 때 예뻐서 친척들이 공주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유준은  별명도 없는데 못난이라고 부를까?”
유진은 동생의 별명이 못난이가 되는 게 싫었습니다.
“제가 못난이 누나 되잖아요. 미남이 해요.”
“그러면, 유진이가 미남이 누나가 되겠네?”
유진은 그동안의 서러움과 동생에게 품었던 질투심이 별명으로 인해 모두 사라져서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동생을 가만히 보니 잘 생기고 귀여워 보였습니다.
별명을 잘 지은 것 같았습니다.
“너는 미남이, 나는 미남이 누나. 미남이가 자라면 사람들이 나를 미남이 누나라고 부르겠지?”
유진 이의 미소가 입가에 서서히 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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