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 중산국의 사대부인 사마자기는 임금인 중산군이 주최한 잔치에 참석했다. 연회가 파할 무렵, 임금이 양고기 국을 사대부들에게 돌렸는데 하필 자신의 차례에서 국이 떨어지고 말았다. 임금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여긴 그는 초나라로 망명하여, 초왕을 부추겨 중산국을 침공하게 했다. 성이 함락되자 중산군이 혼자 달아나는 데, 창을 든 두 군사가 따라왔다. 중산군이 누군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아버지가 배가고파 죽기 직전 임금님이 먹다 남은 찬밥을 내려주어 살려주셨다”며 “죽음으로써 임금님을 지켜드리겠다”고 답했다. 중산군은 “내가 한 잔 정도의 양고기 국물에 나라를 망하게 하고, 한 홉 정도의 찬 밥에 두 용사를 얻었구나”라고 탄식했다. 1999년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로 맏아들을 잃은 전 국가대표 여자하키 선수 김순덕씨는 체육훈장을 반납하고 이민을 떠났다. 김씨는 “대형사고가 난 후에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나라에서 둘째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눈물을 떨구었다. 국군포로 한만택씨 가족의 사연도 유사하다. 6·25 참전용사인 한씨는 전사자로 처리돼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되었다. 그런데 2005년 한씨는 중국으로 탈북했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다시 북송되고 말았다. 가족들은 정부에 한씨의 송환을 촉구하며, 훈장을 반납해 버렸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겪은 수모가 아닌가.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정부 만족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이 47개국 가운데 44위로 나타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가의 상태’에 대해서도 9%만이 만족해 43위에 그쳤다. 정치와 교육에 대한 불만, 경제적 양극화, 그리고 잦은 사회적 갈등이 행복선진국으로 가는 데 걸림돌이다. 국가지도자들은 `중산군의 때늦은 후회’를 가슴 속에 돼세겨야하지 않을까 싶다.
/金鎬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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