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
  • 경북도민일보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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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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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현 원덕 대표
▲ 조예현 원덕대표

  11월 15일 오후 2시30분께 갑자기 집이 흔들리고 책상에 있던 컴퓨터와 컵이 떨어졌다. 책꽂이에 책과 장식품들이 쏟아져 내렸다. 도시 전체에 울리는 경고 사이렌과 비명소리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포항 북쪽 9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5.4의 지진은 평범하게 흘러가던 포항을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땅이 갈라지고 건물 벽이 갈라지고 금이 가는 건 물론이거니와 떨어지는 벽돌에 인명피해가 날뻔한 아슬아슬한 순간들이 시시각각 일어났다.
 수없이 쏟아지는 지진기사들 속에서 필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성향이 다른 두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 번째 지진피해가 있을 당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동영상 하나가 있었다.
 한동대 외벽이 심각하게 무너지는 실시간 현장을 담은 동영상이었는데 그 동영상과 기사를 보며 느낀 점이 있었다.
 한동대는 진앙과 1km밖에 안 떨어져 있어 몇 초의 흔들림으로 건물들이 심각하게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눈에 띄었던 것은 그 사이에서 보여지는 학생들의 대처 행동들이었다.
 현재 한동대는 성한 건물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타격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진 발생 당시 수천명이 공부하고 있었지만 부상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동대는 1년 전 경주 지진이 일어난 후부터 꾸준히 비상사태 대처훈련과 공동체 교육을 사전에 실시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고 흔들림이 줄었을 때 모든 학생이 건물 밖으로 피신해 집결지인 운동장에 모여 부상자를 파악하고 인원을 체크하는 등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많은 학생들이 뒤엉켜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공동체 사회에서 사전교육과 훈련의 좋은 예를 볼 수 있었다.
 포항뿐 아니라 한국 전체가 이제는 안전한 곳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모든 건물이 지진의 위험에 대비해 내진 설계가 완벽하게 돼 있지도 않기에 우리는 지진 발생 시 행해야 할 행동요령과 주변 집결지인 곳을 확인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며 지진에 대한 지식과 자각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수능 하루 전날인 15일 포항에서 시작된 지진은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전국적으로 진동을 감지할 정도로 강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몇 시간 남겨두고 수능 연기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며칠 전이 아닌 하루 전, 그것도 몇 시간 전에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수험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일반 사람들 역시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었다.
 지진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겪은 필자의 시선에선 수능 연기가 당연하기도 다행이기도 한 일이지만 간접적으로 느낀 다른 지역의 수험생과 학부모로서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불안감에 속보로 뜨는 뉴스와 실시간으로 뜨는 기사들을 찾아보다 수능 관련 기사 밑에 수백 개 달린 댓글 속에서 “너희 때문에 수능 미뤄졌다”, “그깟 일로 수능을 미루냐”, “안죽었음 됐지 수능을 왜 미루냐”, “수능 미뤄져서 점수 안 나오면 내가 죽일 거다” 등 악플들이 수두룩했다.
 자연재해를 경험하고 나면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초조함과 불안감, 악몽과 무력감 등 충동조절장애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정서적 반응은 사소한 흔들림에도 놀라며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과 현기증, 소화불량을 동반하며 불안증세로 인해 가슴 두근거림과 식은땀, 신경 예민성을 경험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감퇴하는 인지적 변화도 일어날 수 있다.
 지진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본 필자는 간곡히 바란다. 앞에서 하지 못하는 말은 뒤에서도 하지 말기를.
 23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무사히 치르기를, 그때만큼은 지진의 두려움이 잠시 사라지기를 그리고 여진이 없기를.
 필자 역시 10년 전 책상 앞에서 간절했기에 전국 수험생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뤄진 수능에 불안함과 초조함을 직접적인 지진으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여진의 불안감에 전전긍긍한 포항 친구들에게 그 화살이 안 겨눠지기를 부탁한다.
 10년 전 꿈꿔왔던 내 미래는 10년이 지난 지금 다르게 변해있었고 그것이 꿈이 됐다. 또한 현재 꿈꾸고 있는 미래 역시 또 변할 것이다.
 그대들의 꿈은 이뤄질 것이다. 다만 일주일이 미뤄졌을 뿐이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초조해하지도 불안해하지도 말고 몇 년간 준비해왔던 것들을 차근차근 펼쳐보길 희망한다.
 우리는 모두 그대들의 꿈을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지하고 있다.

조예현 원덕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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