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화해의 시대에서 냉전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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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화해의 시대에서 냉전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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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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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경북도민일보]  17일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주석을 만장일치로 신임주석에 선임하며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를 열었다. 사실 이것은 뉴스도 아니다. 이미 예정돼 있는 이벤트다. 세계 언론은 만장일치에 주목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전인대는 거수기에 불과하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이게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이날 이보다 더 중요한 뉴스는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것이다.
 대만여행법은 대만의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마음대로 만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법이다. 이는 중국을 중화권의 유일한 나라로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이로써 미중간 데탕트의 시대는 끝나고 냉전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그 시점이 참 절묘하다. 17일 중국 공산당은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시주석을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그의 심복 왕치산을 국가부주석에 각각 선임했다. 이날은 시진핑 집권 2기가 열리는 중국 공산당의 잔칫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공산당의 최대 잔칫날 작심하고 재를 뿌린 것이다. 대만여행법은 지난 1월 하원을 통과하고 2월 상원을 통과했다.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런데 서명을 하필이면 중국 공산당의 잔치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했다. 아마도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이미 미중간 냉전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계를 40년 전으로 돌려보자.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1979년 미국 방문에 나섰다. 당시 덩샤오핑이 카우보이모자를 쓴 사진은 전세계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덩샤오핑은 미국과의 수교 전제 조건으로 단 한 가지만 내걸었다. 바로 ‘하나의 중국’ 정책이다. 중화권에서 중국만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이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이같은 입장을 수용하고 대만에서 미군을 철수한 뒤 미중국교정상화에 서명했다. 미국이 이같이 양보를 한 것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면 소련의 앞마당을 미국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개혁개방을 선언한 중국도 경제개발의 종자돈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미중은 본격적인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이후 미국은 중국의 상품을 수입해주며 중국의 쾌속성장을 도왔고 미국 또한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기지가 됨으로써 값싼 물건을 대량 생산해냄에 따라 인플레이션 없는 활황을 구가할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가끔씩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지만 경제는 환상의 콤비였다. 미국이 없었다면 중국이 이토록 빨리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고 중국이 없었다면 미국의 시민들이 월마트에서 그토록 싼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체제가 지난 40년간 지속됐다. 그런데 중국이 너무 커버렸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정도가 됐다. 이제 미국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을 견제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데탕트 시대의 기본 전제였던 ‘하나의 중국’ 정책을 깨고 대만여행법에 서명한 것이다.
 대만은 실로 절묘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중국 대륙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위치다. 만약 대만에 다시 미군을 주둔시킬 수 있다면 미국은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문제는 양국 모두 국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을 내걸고 민족주의를 앞장서 부추기고 있다. 또 최근 온건파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을 국무장관에 내정하는 등 미국의 주요 지도부가 강경파로 채워지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중국몽’을 내걸고 국수주의적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자신의 심복 왕치산을 국가부주석에 선임하는 등 요직을 자신의 심복들로 다 채웠다. 강대강의 대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미중 냉전의 화약고는 대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만보다 사실 더욱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반도다. 대만은 중국에 가장 가까이 있지만 육로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반도는 육로로 연결된다. 대만 다음은 한반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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