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너무나 지독한 남자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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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너무나 지독한 남자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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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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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연휴에는 어떤 영화가 극장가를 강타했을까. 곽경택 감독의 `사랑’이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전국 순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스크린 가입률 95%)에 따르면 주진모ㆍ박시연 주연의 `사랑’은 서울 92개 스크린에서 8만621명을, 전국 391개 스크린에서 30만3405명을 동원해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지난 3년간 추석 극장가에서는 `타짜’(2006년)와 `가문의 위기’(2005년), `귀신이 산다’(2004년) 등이 강세를 보여 왔다.
 
 
 
 
 
곽경택 감독 일곱번째 영화
추석연휴 박스오피스 전국 1위
진부한 스토리 속 주진모 호연 돋보여

 
 한 남자의 징글징글맞은 사랑 이야기다. `사랑’(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ㆍ진인사필름)은.
 1000만 관객 돌파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한 동안 한국영화 흥행 1위를 고수했던 `친구’의 곽경택 감독은 `마초적’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남자’에 집중해왔다. `친구’를 비롯해 `챔피언’ `똥개’ `태풍’까지 그의 영화는 늘 `남자’였다. 남자들의 우정, 꿈, 의리. 이런 로망이 영화의 주제를 이뤄왔으나 유독 사랑은 보기 힘들었다.
 곽 감독이 일곱 번째 영화로 내놓은 `사랑’은 제목 그대로 사랑 이야기다. 첫사랑이 유일한 사랑이며, 마지막 사랑이 될 정도로 인생을 송두리째 건 사랑 역시 남자의 관점에서 이뤄진다. 한 여자에 대한 흔들림 없는 사랑을 택하면서도 그는 철저히 남성 편에서 끌고나간 것. 한 남자의 성장기에 어린 시절, 특히 고교시절을 삽입해 적당히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부산을 배경으로 한 점도 곽 감독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의 남성미를 강조했던 그는 이번에 주진모를 내세웠다. 남자 배우들에게 남자 이야기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주진모 역시 장동건의 집에서 만난 `사랑’ 시나리오를 보고 스스로 감독에게 달려가 먼저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했다.
 주진모는 연기력을 집중시켰고, 눈에 띄는 연기를 선보였다. 액션과 감정신 모두 집중해 연기했다는 게 전해질 만큼 이 영화에 모든 것을 걸었다.
 영화는 여자들을 울릴 만큼 순정을 그린다. 남자의 순정에 여자들의 감정이입이 쉽게 이뤄진다. 다분히 신파적이고,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나가는 만큼 벌려놓을 판이 크지 않아 드라마의 틀이 고정돼있지만 신파의 감정을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는 충만감을 준다.
 감정선이 다채롭지 못하다는 건 이 영화의 약점이다. 감초 같은 배우 몇몇이 간혹 웃음을 주긴 하지만 내내 묵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여유를 갖기 힘들다. 이야기가 매우 단순하다는 점에서 러닝타임 1시간40분 이상을 끌고가기 힘들었을 터.
 주진모에게 집중되고, 박시연을 예쁘게 그렸으며 주현에게 사건의 단초를 맡겼다. 몇 장면 등장하지 않는 김민준은 비열한 악역을 맡아 고향 사투리를 맘껏 써가며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 가장 깊은 인상을 준다.
 이사 온 첫날 한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긴 초등학생 채인호(주진모 분)는 그 여자아이를 같은 반에서 만난다. 미주(박시연)의 생일에 초대받았지만 그날 미주네는 빚쟁이들이 몰려와 아수라장이 되고 미주는 떠난다.
 유도부에서 맹활약하던 인호는 학교 문제아와 친구가 되는데 그는 미주의 오빠. 오빠가 엄마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죽고 홀로 남은 미주 곁에서 인호는 평생 지켜줄 것을 다짐한다.
 미주가 엄마의 빚 때문에 조직폭력배 치곤(김민준)에게 성폭행당하자 인호는 미주를 구하는 과정에서 치곤의 목을 찌르고 감옥에 간다. 미주는 인호 엄마의 부탁으로 인호 곁을 떠난다.
 인호는 우연한 기회에 유 회장(주현)의 눈에 들어 그의 오른팔이 된다. 7년 동안 유회장 곁에서 승승장구하던 인호 앞에 미주가 다시 나타난다. 유 회장의 여자로.
 기가 찬 운명에 울부짖는 인호는 유 회장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고 사랑을 택한다. 그들의 순탄치 않은 사랑은 점점 더 비극으로 치닫는다.
 신파인 줄 뻔히 알면서도 한번쯤 못이기는 척 빠져들고 싶은 관객이라면 만족감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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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비디오  <타짜>
도박꾼들의 허기진 욕망
 
 
 `타짜(감독 최동훈, 제작 싸이더스FNHㆍ영화사 참)’는 지난해 추석시즌 작품성과 관객 유인 모두에서 성공했다.
 `범죄의 재구성’에 이은 최동훈 감독의 치밀하고 속도감 있는 연출과 주연배우들의 화려하면서도 나무랄 데 없는 호연이 잘 어우러져 완성도가 높은 작품(well­made).
 `타짜’는 원작의 캐릭터를 철저히 탐구해 든든한 버팀목으로 사용했으면서도 원작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조승우ㆍ김혜수ㆍ유해진ㆍ백윤식의 영화지만 이를 통솔한 것은 최동훈 감독이다. 최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준 시나리오 집필 솜씨와 탁월한 편집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최 감독은 만화의 에피소드를 따오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 꼭 필요한 내용만 취사선택했다.
 고니(조승우 분)는 도박에 빠져 누나의 위자료를 다 날린 후 평경장(백윤식)을 찾아가 타짜(경지에 오른 전문도박사를 칭하는 은어)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평경장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살해범이 아귀(김윤석)라고 생각한다.
 고니는 정 마담(김혜수)이 설계한 도박판을 고광렬(유해진)과 함께 휩쓸면서 아귀를 찾으려 한다. 아귀를 찾는 과정에서 고니는 도박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 박무석(김상호)과 곽철용(김응수) 등과 맞붙는다.
 한편 고니는 화란(이수경)을 만나 풋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호구를 만나 큰 건을 잡는 것은 물론 고니마저 곁에 두고 싶어하는 정 마담의 설계로 고니와 아귀는 처절한 선상의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원작과 비슷한 맛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전혀 다른 색깔을 볼 수 있는 건 캐릭터의 변주 때문이다. 물론 영화는 고니, 평경장, 정 마담, 고광렬, 아귀, 짝귀, 박무석, 곽철용 등 주요 등장인물이 그대로 등장한다. 그렇지만 영화 캐릭터가 훨씬 더 강렬하다.
 고니는 조승우를 통해 순수하지만 능글맞고, 우직하지만 빠른 캐릭터로 표현됐다. 고광렬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아는 유해진 덕분에 서민형 타짜로 더욱 확실히 표현됐다. 곽철용도, 박무석도 등장하는 장면 이상으로 기억될 만큼 강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아귀 역의 김윤석은 선한 외모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악귀 같은 아귀를 표현해냈다.
 그 누구보다 원작과 가장 차별화된 이미지로 등장하는 인물은 정 마담. 단순한 도박판의 설계자에 그쳤던 정 마담은 영화 `타짜’에서 요즘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완벽한 팜므파탈로 태어났다. 꽃같이 아름다우면서도, 뱀처럼 사악하고, 돈이라는 욕망에 헤어나오지 못하면서도 고니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갖고 있는 여자가 됐다.
 정 마담은 고니와 함께 영화를 이끄는 두 축이 된다. 고니와 평경장, 혹은 고니와 고광렬의 버디무비가 아니라 고니와 정마담의 `투톱영화’라 할 만큼 영화는 정 마담의 시선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극도의 긴장감을 향해 쉼없이 질주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팽팽하다는 인상도 영화를 어렵게 느낄 수 있다. 2006년 9월 개봉작. 18세 이상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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