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개코도 수컷 산누에나방 앞에서는 꼬리를 내려야 한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암컷 냄새를 11㎞ 밖에서도 맡는다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1961년 독일에서 확인됐다. 그렇다고 암컷의 냄새물질이 많은 것도 아니다. 고가알코올((C쐜쐡H쐝쐥OH)로 알려진 냄새물질은 고작 0.0001㎎다.
이렇고 보면 사람의 코가 얼마나 무딘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갓난아기가 엄마젖과 다른 엄마 젖냄새를 가리는 것만 보고도 신통해 하지만 정작 갓난 아기는 나쁜 냄새에 고개를 돌리는 일은 없다. 사람이 민감한 체하며 코를 싸쥐는 방귀는 하루에 500㎖쯤 나온다. 이 속에 섞여 있는 가스가 400가지라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밝힌 일이 있다. 질소가 60~70%로 주성분이고 그 나머지는 수소,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산소, 암모니아 따위다.
며칠 전 본보는 포항 `청림동 악취사건’을 보도한 일이 있다. 어제는 송도·해도동 주민들이 철강공단 지역의 한 업체에서 몇년 째 풍기는 악취를 문제삼고 나섰다는 기사를 실었다. 인분 냄새의 진원지로 지목한 곳이 복합비료공장이어서 심증은 가는 데 정작 이 업체에선 물증조차 부인하며 역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니 주민들로서는 더욱 발끈할 수밖에 없겠다.
사람은 공기 1ℓ속에 들어있는 4억분의 1의 암모니아 냄새를 맡는다고 한다. 개는 4백억분의1의 1백만분의1이라도 감지한다. 업체가 시쳇말로 `배째라’고 나오면 개코를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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