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신(魯迅)의 `고향’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원래 땅위에는 길이란 것이 없었다.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그 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사람 발자국으로 다져진 산길을 이리 구불 저리 구불 돌고 돌다보면 마냥 느리게 마련이다.이 때문에 전진한 거리는 짧기만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님은 누구나 겪어본 그대로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기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사회는 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낭비의 상징물로 보는 것같다.직선 위주다.똑바로 뚫린 길을 만들기 위해선 눈앞에 거치는 건 모두 없애야 직성이 풀린다. 바위를 깎아내고, 굴을 뚫고, 강은 다리로 해결한다. 그리고는 `고속도로’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어령씨는 고속도로를 `기능주의의 길’이라고 했다. “오로지 목표만을 향해서 최단거리로 달려가라고 외친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기능주의의 길’이 2개나 경북을 새로 꿰뚫게 됐다. 어제는 상주~청원 동서6축 고속도로가, 내일은 중부내륙 고속도로 현풍~김천 구간이 길을 연다. 두 길이 모두 6년넘게 걸렸다. 2시간 거리가 50분으로, 80분 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 현대식 `축지법’은 `육지 속의 섬’과도 같은 내륙지방을 `세상 속으로’뛰어들게 할 것이다. 물류와 관광의 본고장으로 발돋움할 날이 머지않다고 꿈에 부푼 모습들이다. 그러나 경북은 아직도 교통오지다. 빠른 길에 굶주린 경북의 인프라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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