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병원들이 우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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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원들이 우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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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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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가 선정한 2020년 글로벌 100대 병원에 한국 병원 7개가 포함됐다. 미국 18개, 독일 10개,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각 7개다. 이 숫자로만 보면 한국 의료는 글로벌 공동 3위인 셈이다. 필자 주위의 의사들은 한국 병원들이 해외 평가기관의 평가기준을 의식하고 병원을 운영했다면 더 많은 숫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평가 대상 21개국 약 7만 명의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평판조사(비중 55%), 보험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의 만족도 자료(비중 15%), 공개된 의료 부문 핵심성과지표(KIP)(비중 30%) 등을 전문조사기관이 종합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를 다시 6인의 저명한 의료인들이 최종 검증하는 방식으로 100대 병원이 선정되었다. 미국의 메이오 클리닉이 글로벌 1위,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37위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병원들이 이렇게 우수한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서구와 일본에 비해 아직 시설과 의료기기 면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결국 인적 요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상대적으로 우월한 직업윤리다. 더해서, 서구 국가들의 오래된 역사를 단기간에 따라잡은 국가적, 의료계 차원의 집중력이다. 많은 시행착오와 희생도 따랐다. 근대적 의미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병원은 뉴욕의 벨레뷰병원인데 조선 영조 12년인 1736년에 설립됐다. 국내에서는 갑신정변 후 고종 22년인 1885년에 제중원이 세워졌다. 단순계산으로도 150년이 뒤졌다.

한국의 의료인들은 국가 최우수 인재들이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한다. 이 현상은 국가발전전략 차원에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의학과 의료를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만들었다. 이들이 다시 혹독한 교육훈련 과정을 거친다.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는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을 직접 겪어보았는데 내로라하는 하버드대 출신 수재들이 꼭 해병대 병사들처럼 과장의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한국의 의사양성기간은 해외보다 더 길다.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는 미국식과 학위 과정을 거치는 독일식이 합쳐진 하이브리드다. 실력이 더 나을 수밖에 없다.

우수한 인재들의 의대 편중 경향은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 다수의 개인적 판단과 인생계획이 집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왕에 이렇게 축적된 최고의 인적 자원, 의료지식과 정보를 산업화하는 데도 노력하면 좋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오산업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병원들은 비영리기관이다. 나아가 영리목적으로 자회사를 거느리지도 못한다. 지금까지 축적된 막대한 자원과 경험, 진료자료, 생명과학 지식이 산업화되지 못하는 이유다. 메이오 클리닉의 경우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25개의 영리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중 3개가 기업공개를 했는데 공개 가치의 중간값은 5억6800만 달러다. 2개는 M&A로 인수한 회사다. 국내 최대 서울아산병원의 직원 수가 약 8700명인데 메이오는 약 6만3000명이다. 메이오의 2018년 총매출은 126억 달러로 삼성물산과 LG화학의 절반 정도다. 한국 병원들이 아직 넘보기 힘든 이유다.

병원의 재정이 좋아지면 일차적인 수혜자는 바로 환자들이다. 시설이 좋아지고 고가의 첨단장비가 도입된다. 근무환경이 좋아진 의료진은 더 효율적이 된다.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해외로부터 유능한 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 서울의대 동창생 명부를 보면 1960~70년대 졸업생들이 거의 반 이상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을 볼 수 있다. 국내에 훈련받고 진료할 대형병원이 없어서다. 1978년에 서울대학교병원이 생기고 문제가 없어졌다. 서울아산병원도 1989년 개원할 때 해외에서 활동하던 인재들을 대거 유치했다. 기여도에 따라 의료진 처우를 개선한다면 어렵게 양성한 우수인력이 병원을 떠나 개업하는 문제도 줄어들 것이다.

코로나19와 싸우는 ‘K방역’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장기전으로 들어서면 결국 대규모 인력과 물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의료인들의 헌신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역학조사와 동선추적은 소모적인 싸움이다. 지금까지의 선전은 국민들이 정부의 개인정보 취급방식을 양해해 주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외부의 시선은 한국의 민주정치 발전 수준에 대해 차가울 수도 있다.

서울의대 이정상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해 중증환자치료시설과 장비의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침 다음 달에 서울아산병원은 감염병 전문병원을 착공한다. 메르스 사태 이후 5년을 준비한 프로젝트다. 철저한 감염관리를 위해 최신 음압시설과 장비를 갖춘 독립 건물이다. 현재의 보험수가체계 하에서는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병원 설립자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회적 책임 철학 이행 차원에서 출범하는 것이다.

모든 병원이 아산병원처럼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를 진행할 여건에 있지는 않다. 재정적 역량을 더 많이 구축해야 한다. 영리병원은 의료보험체계를 혼란시키고 의료의 양극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해서 논란이 많지만 비영리병원이 영리기업을 거느리는 문제는 좀 다르다. 투자자에게 배당을 해 주어야 하지만 가장 큰 몫은 병원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제도도 병원으로 돈 벌지 말라는 것이지 병원이 돈 벌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초대형이 되고 사람이 늘어남으로 인해 새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대기업 경영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수입해 경영의 효율화와 지배구조의 정비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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