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 검찰이 조사했다면 믿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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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 검찰이 조사했다면 믿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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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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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언론인
 
 검찰의 BBK 의혹 수사결과 발표는 명료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의 주가조작, 자금횡령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또 주식회사 `다스’ 실 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이 후보 소유가 아니다”는 내용이다. 한 점 의문점이 없다. 김경준의 이른바 이면계약서는 `날조’된 것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집권 5년 동안 검찰과 `이웃사촌’으로 지낸 범여권이 더 아우성이다. 추운 날씨에 벌벌 떨며 `촛불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검찰청에 몰려가 분탕질이다. 믿었던 BBK가 불발로 끝난 데 따른 낙담이 정동영 후보 진영을 휩쓸고 있다. 거의 심리적 공황상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까지 덩달아 “나도 못 믿는다”고 합창할 정도다.
 정치권은 그렇다 치자. 문제는 일반 여론이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검찰발표에 회의를 품었다. SBS 여론조사에서 49.7%가 검찰 발표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공감한다’는 39.8% 검찰이 기겁할 일이다. 대통합신당이 발의한 BBK 특검에 대해서도 찬성 41.0%, 반대 38.8%로 찬반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찬성이 다소 높다. 문화일보 조사에서도 검찰 수사발표에 56.9%가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BBK 의혹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수사 발표 직후 이명박 후보 지지율은 수직 상승했다. 문화일보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 44.7%로 나타났다. SBS 조사에서도 42.2%로 나타났다. 이회창 후보 15.2%,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14.8%,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5.5%,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2.8%, 이인제 민주당 후보 0.7% 순이다. BBK 부수효과를 노렸던 정동영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그대로다.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은 삼성 비자금의혹과 관련해 김용철 변호사가 `떡값 검사’ 명단을 밝히고, 삼성과 검찰간의 유착의혹을 폭로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발표된 BBK 수사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회의적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후보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그러나 검찰수사를 뒤엎거나, 불신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결과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이다. 첫째 김경준이 제시한 이면계약서는 `가짜’로 밝혀졌다. 김 씨 스스로 계약서에 적힌 날짜인 2002년 2월 아닌 2001년 3월에 만든 엉터리 계약서임을 자인한 것이다. 둘째 BBK는 100% 김 씨 소유로 이 후보와는 전혀 무관한 회사다. 이것도 김 씨가 자백했다. 셋째 김 씨는 주가조작 자체를 부인했다. 이 후보가 시켜서 했다는 주장은 따라서 아예 근거가 사라졌다. 없었던 주가조작이니 시킨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뭐가 의심스럽고 의아하고 믿기 어렵다는 것인가.
 더구나 김경준 누나 에리카 김은 검찰 결과 발표 다음날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회견을 취소했다. 황당한 일가다.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와 내용을 공개하겠다더니 나타나지도 않은 것이다. 한국 검찰이 에리카 김을 김경준의 `공범’으로 범인 송환절차를 밟는다고 하자 겁을 먹었는지 모를 일이다. 꼬리를 내리고 꽁무니를 뺀 격이다. 김경준을 따라 한국에 들어온 김 씨 모친도 아무 말이 없다. “경준이가 엄청 억울해 한다”고 분개했던 김 씨 어머니다.
 그런데 한국만 시끄럽다. 사기꾼임이 만천하에 밝혀졌는데도 그 사실을 밝혀낸 검찰을 짓밟고 매도하고 저주한다. 범여권이 그 선봉이다. 그런데 지금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권이 임명했고 움직여온 조직이다. 노무현 대통령 선거자금 수사를 얼버무렸다는 비난을 받아온 검찰이다. 노 대통령 당선 축하금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 이제 사기꾼을 사기꾼으로 밝혀내니 아우성이다. 왜 사기꾼을 사기꾼이라하느냐는 식이다. 범여권 주장대로라면 대선이 끝날 때까지 김경준을 영웅으로 대접했어야 했다. 5년 전 김대업을 `의인’으로 칭송했던 것처럼.
 이명박 후보는 정동영 후보의 검찰 비난과 김경준 옹호에 대해 “대한민국의 검찰을 안 믿는다는데, 그러면 범죄자의 이야기는 믿는다는 것이냐”면서 “검찰은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검찰”이라고 비난했다. 또 “혹시 북조선 검찰이 조사했다면 믿어줄 것이냐”라고 힐난했다. 그야말로 정곡을 찔렀다. 사기꾼은 사기꾼일 뿐이다. 사기꾼을 믿고 대선을 치르려 한 범여권이 한심하다. 더 이상한 건 검찰수사 결과를 믿지 않는 절반가량의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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