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들어서면 국민 속이는 못된 버릇 바로잡아야'
  • 경북도민일보
'새정부가 들어서면 국민 속이는 못된 버릇 바로잡아야'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07.1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도선/언론인
 
 재정경제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7년 하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거북한 내용은 대거 누락시킨 부실 보도자료를 돌렸다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관리들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영 씁쓰레하다.
 재경부는 “통화정책은 중기 물가안정 목표에 중점을 둬야 하며 주택시장의 거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보고서 원문의 내용을 “통화정책은 중기 물가안정 목표 달성에 근거해 추진하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 추진 필요”라고 멋대로 각색했다.
 부동산 투기대책의 정답은 콜금리 인상이 아니라 주택 공급 확대라는 OECD의 정책 권고를 일부러 숨긴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뒤에 나오는 “이러한 관점에 따라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의 규제는 단계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부분을 통째로 빠뜨렸다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지난 6월에도 OECD는 `2007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전체 177쪽 가운데 30쪽을 부동산 정책에 할애하고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지나친 양도소득세 부담 등을 비판했으나 재경부는 이를 제대로 옮기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 달랐기 때문임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시간이 촉박했다거나 이미 소개된 내용이기 때문이라는 재경부의 해명은 그래서 더욱 궁색하게 들릴 뿐이다.
 하긴 지난번에 엉터리로 보고한 내용을 이번이라고 제대로 보고할 리 만무하다.
 재경부가 국제기구의 보고서들을 국내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입맛에 맞는 부분만 강조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은 왜곡하거나 아예 빼 버리는 고약한 버릇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올 10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만 해도 그렇다.
 국제기구들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뒤로 밀릴 때마다 “주관적 평가이므로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며 애써 무시하던 재경부가 WEF 평가에서 한국이 11위에 오르자 “지난해 23위에서 무려 12단계나 뛰어오른 역대 최고 성적”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진실을 외면한 꼼수이기는 매한가지다. WEF가 올해부터 평가 기준을 바꿔 외환정책은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춘 것이다.
 통상 50위 권 밖으로 처지는 취약점인 외환정책이 빠져서 순위가 오른 당연한 일을 갖고 정부가 특별히 잘해서 그런 것처럼 호들갑 떠는 것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재경부는 환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들도 대부분 이런 식으로 국민에게 소개했다.
 문제는 이런 축소·왜곡 보고가 비단 재경부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 출범 당시 콜린 파월국무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포용정책 승계를 선언한 것처럼 우리 국민을 오도한 외교통상부가 좋은 예다.
 파월 장관은 “북한이 정치, 경제 및 안보상의 우려들을 시정하고 상호적이며 우방과의 관계를 희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으나 외교부가 우리말로 옮기면서 이를 슬그머니 빼 버린 것이다.
 이처럼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부가 또 있을까.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을 대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윗사람이 듣기 좋은 말만 하려는 `간신들’ 때문에 국민과 나라가 치러야 하는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고약한 버릇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