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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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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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쯤 떨어진 카슈카르까지 가는 데 보름, 되돌아 오는 데 또 보름. 중국 신강지역 위그루족이 생활필수품을 물물교환하느라 장보기에 걸리는 시간이다. 까마득한 낭떠러지길을 오르내려가며 카슈카르에 도착하면 눈물겨운 신세타령이 절로 나온다. “1월 2월은 눈 때문에 옴쭉달싹 못하고/2월 3월은 눈이 길을 막고/5월 6월은 진흙에 발목이 붙잡히고/7월 8월은 ….” `재미있는 중국의 이색풍속’(강명상 지음)의 한 대목을 간추려 옮긴 내용이다.
 세계 곳곳 오지 마을의 길엔 주민들이 뿌린 눈물을 모으면 강을 이룰만큼 신산한 삶의 흔적이 깔려 있다. 그러나  로마의 옛길은 아직도 쓸 수 있는 곳이 있을 만큼 탄탄했다. 이를 빗댄 것은 아니겠지만 춘원 이광수의 `病과 秋와 自然’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거마(車馬)가 자유로 다니도록 탄탄히 뚫린 대로에서 우리는 인생의 힘의 미를 느낀다. 그러나 인적이 지난 듯 만 듯한 기구한 소로에서 우리는 자연의 처녀미를 느끼는 것이다.”
 춘원의 이 한마디를  느끼고도 남을 옛길이 경북엔 많다. 죽령옛길, 토천옛길, 문경새재옛길이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2곳이 문경에 있다. 남정(南征)에 나섰다가 길을 잃은 고려태조 왕건에게 토끼가 달아나면서 길을 알려줬다는 토천옛길 이야기는 전설같이만 들린다. 얼마전 경북도는 `예던길’을 복원한다고 했다.이같은 옛길들 위엔 나름대로 길 문화가 배어있게 마련이다.생각하면 아련하고 달고 쓴 인생의 온갖 맛이 되살아날 것같은 정취가 묻어나는 길들이다.관광자원으로도 한몫할 길들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포항 도심은 구급차, 소방차조차도 다니기 힘들만큼 길이 비좁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길 양쪽을 꽉 채워 세운 자동차 행렬 탓이다.오직 날선 경쟁심리가 내뿜는 독기만 가득할 뿐인 이런 길에서 정취를 찾아? 이야말로 `웃기는 짜장면’이다. 똑같이 비좁은데도 옛길과 현대의 길은 그 문화부터가 아예 다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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