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진흥원은 지난 2일 이번 설에는 5인 이상 모임금지, 온라인 성묘 등 사회적거리두기 연장으로 객지에 나갔던 가족이 모여 세배를 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해 차례 음식도 크게 줄일 것을 제안했다. 국학진흥원이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가정의 설 차례상 음식을 조사한 결과, 일반가정의 차례음식이 예서나 종가에 비해 평균 5,6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례문화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 차례상에는 술 한 잔과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 종가의 설 차례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반가정의 차례상에는 25~30가지 음식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도 종류별로 별도의 제기에 각각 담았으며, 어류와 육류,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등이 추가됐다.
이같이 원래 간소하게 장만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유통구조가 발달함에 따라 점차 늘어났으며 근래에는 SNS등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의 발달로 서로 상차림을 자랑하듯 올리는 바람에 일종의 자기 과시로 변모한 것도 한 몫 했다 볼 수 있다.
올해 설을 계기로 허례허식을 버리고 실속 있는 상차림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수십만원의 비용을 들여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상차림은 분명 낭비다. 경쟁하듯 상차림이 많아지고 화려해 지는 것은 70,80년대 부동산으로 갑자기 돈을 번 졸부들의 행태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는 것임이 국학연구원의 조사에서 밝혀졌으므로 이제부터라도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돼야 한다. 특히 과거처럼 장만한 많은 음식을 나눠먹을 가족 수도 적고 이웃에 나누 줄 것도 아닌 이상, 많이 장만한 음식은 음식쓰레기만 양산할 뿐이다.
이번 설을 계기로 예와 정성이 깃든 전통 설상차림을 회복하고, 남의 눈을 의식한 상차림이 아니라 가문 고유의 상차림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특히 SNS 등에 과도하게 차린 상차림을 경쟁하듯 올릴 것이 아니라 정성껏 차리고 가문의 전통이 묻어나는 명절 상차림을 올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도 종가의 제사도 간소하게 지내는 것이 전통이라는 점을 감안해 다른 집안의 상차림과 비교하거나 가문의 전통에도 맞지 않는 상차림보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상차림을 정해 새로운 전통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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