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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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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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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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여 만에 전 직장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연락이 온지라 집 근처 커피숍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때처럼 지금도 그의 얼굴은 어둡고 생기가 없었으며 여전히 찌푸린 인상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건 무엇 하나 뜻대로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제대로 풀리는 게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었던 기억이었다. 요즘은 잘 지내느냐며 근황을 물어보니 그 당시보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있었다. 가정은 파탄 났고 직장마저 그만둔 상태로 마음기댈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외롭게 살고 있다고 했다. 몹쓸 세상이라며 불평을 쏟아내는 그의 한탄을 듣고 있자니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했던 평범한 외모의 일반 서민이었다. 난폭하거나 폭력적이지도 않았으며 부정직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삶이 저다지도 잘 풀리지 않고 꼬여만 가는 것일까. 원인은 그의 성품 때문이었다. 외골수에 고집불통인데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이었다. 그래서 직장생활이 원만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과 하나둘 멀어져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다. 더구나 소심하기까지 한 성격 탓에 어느 누군가가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주면 그 사람을 마음속에서 삭제해버렸다. 살아가면서 자꾸만 지워나갔다. 그래야 자신의 삶이 홀가분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그의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말라죽은 나뭇가지처럼 삶은 앙상해졌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몇 년 전에 했던 말을 반복해 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바꾸라고… 그렇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산다 할지라도 똑같은 삶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했다. 그때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그 마음 그대로 살았기에 지금도 여전히 같은 삶을 살면서 일상은 더욱 피폐해져 버렸다.

그도 사람일진대 행복해지고 싶지 않았으랴. 문제는 그가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정하지 않으니 버릴 것도 바꿀 것도 없었다. 마음은 강제적 또는 억지로 변화 시킬 수 없다. 자신을 정확하게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인지하고 그걸 수긍했을 때만 가능하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깨뜨리기 어려운 것을 깨뜨려야 비로소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타고난 기질과 더불어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구축한 관념을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각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습관이 되어 부서지고 깨어지며 마음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외부의 일들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날카롭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고 전념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거나 들여다보는 데는 소홀하다. 하지만 행복한 삶을 위해서 우리가 진정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은 가슴속에 들어있는 마음의 세계를 다듬는 일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내 자신이기에 내면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툼이 많은 가정이 집을 바꾼다고 화목해지지 않는다. 공부하기 싫은 학생이 학교를 바꾼다고 공부가 잘되지 않으며, 일하기 싫은 사람이 직장을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건강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사람이 비싼 약을 먹는다고 병이 낫는 것이 아니며, 배려와 관용을 모르는 사람이 상대를 바꾼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실패와 불행의 천적은 결국 자신의 가슴속에 들어있는 마음상태이다.

일찍이 이태리의 문인 조반니 파피니는 ‘오늘날 세계의 모든 문제는 인간의 문제이며 인간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이다.’라고 했다. 마음속에 들어있는 것이 말이 되어 나오고 행위로 표현되므로 모든 화근의 근원은 마음이다. 나는 지금까지 주변에서 자신의 삶이 진정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을 거의 본적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세상에는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한 인생도 성공적인 인생도 모두 다 작은 연습의 총합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며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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