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회고록 그리고 정치인의 약속
  • 모용복선임기자
자서전·회고록 그리고 정치인의 약속
  • 모용복선임기자
  • 승인 2021.0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의 철이 돌아왔다. 대권을 꿈꾸는 잠룡들, 대통령 후보들이 앞다투어 자서전, 또는 회고록을 하나, 둘씩 출간한다. 자서전 책 이름을 보면 대체로 사람이 추구하는 바가 보이는 듯 하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서전이든 회고록이든 몇권을 쓰겠는가? 책 이름에 자신의 일생일대의 좌우명, 자신의 상징, 아이콘이 모두 등장한다. 그냥 누구누구의 자서전, 또는 회고록이라 이름붙이기도 하고, 고향산천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누구누구의 시간이라고 하기도 하고, 거창하게는 대한민국을 넣기도 한다. 신화, 혁명, 운명 그리고 투쟁도 들어간다.

이낙연 전 총리가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이낙연의 약속’이라는 대담집을 출간했다. 대체로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가진 형이상학적인 이름과는 달리 이는 형이하학적인 이름이다. 고향에서 청년시절 그리고 기자에서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품격을 지닌 정치인으로서의 활동, 그리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화두들을 진솔하게 다룬 것이 보인다.

마침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 2008년 펴낸 자서전의 이름이 ‘Promises to Keep: On Life and Politics’, 한국어로 ‘지켜야 할 약속: 삶과 정치’이다. 또 최근 그가 펴낸 또 다른 책의 이름에도 ‘약속’이 들어가 있다. 이름하여 ‘Joe Biden: Promise me, Dad,’ 한국어로 ‘조 바이든: 약속해 주세요, 아버지’이다. 여기에도 ‘약속’이라는 단어가 들어 간다. 그의 아들, 보 바이든(Beau Biden)이 죽기 전, 아버지 조 바이든에게 부탁하는 약속이다.

정치인들은 약속을 잘하기도 하고, 잘 어기기도 하고 거짓말도 잘한다. 어떤 정치인은 “어제는 어제의 논리가 있고, 오늘은 오늘의 논리가 있으며, 내일은 내일의 논리가 있다”는 말도 했다. 대의를 위해 약속은 잠시 접어둘 수도 있는 것인가! 하기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는 현명한 군주는 약속으로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면, 그리고 그 약속을 한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면, 약속을 지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는 거짓말도 용서가 되고 덮을 수 있는 것일까?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인가 자문해 본다.

이 책의 중간에 소제목으로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라는 구절이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구절은 독일의 작가 하인리히 뵐 (Heinrich B?ll)의 소설 ‘Adam, Wo warst du?’라는 제목이다. 원래 하느님이 금단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하느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숨어 있는 아담에게 어디 있었는지를 묻는 말씀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든지 “Wo warst du?”, “당신은 어디에 있었느냐?”라고 국민이 묻는다면, 독일어로 “Ich war schon da!”, 즉 “저는 진작에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그 자리에서 어떤 약속이든, 약속을 지켰노라고 당당하게 말이다.
서정목 대구가톨릭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