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안화와 미중 경쟁
  • 뉴스1
디지털 위안화와 미중 경쟁
  • 뉴스1
  • 승인 2021.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를 둘러싼 지정학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로, 전자적 형태로 존재하는 법정통화이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은 최근 수년간 종이와 금속으로 된 실물화폐 대신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왔는데, 중국은 이들 중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된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디지털 위안화를 여러 도시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이르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디지털 위안화를 둘러싼 지정학적 논의의 요지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미국의 달러화를 토대로 구축되어 있는 국제 경제 질서에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위안화의 성공적인 도입을 통해 국제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의 지위를 높이는 한편,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의 위상과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다는 논의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기술패권경쟁의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디지털 위안화가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라는 시각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는 자국의 경제적 위상에 비해 미국 등 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구축된 제도권에서의 위상이 낮다는 불만이 팽배했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6년에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 바스켓(basket)에 포함되었다.

위안화 외에 특별인출권 통화 바스켓에 포함되어 있는 통화는 미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이며, 위안화의 비중은 달러화와 유로화에 이어 세번째이다. 하지만, 국제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 정도에 불과하며, 이는 특별인출권 바스켓 편입이 상징적인 의미는 있지만, 여전히 국제결제통화로서의 위안화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국제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현재 국제금융시스템에서는 국가간 지급 및 결제서비스가 상당히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도입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을 중심으로 중국, 홍콩, 태국, 아랍 에미리트가 참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일대일로 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고, 일각에서는 디지털 위안화를 바탕으로 중국이 중심이 되는 통화 블록(currency block)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일 중국의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한다면, 중국과 중국의 동맹국들이 이를 통해 미국의 경제제재를 회피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제시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향후에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행한다면 위안화의 위상이 더욱 상승하는 반면, 미 달러화의 위상은 더욱 하락하여 미국이 누리고 있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이점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디지털 위안화의 성공이 국제결제에 있어서 위안화의 비중을 높일 수는 있지만, 위안화의 위상을 제고하는 근본적인 요소가 될 수는 없다는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를 가진 전문가들은 중국 금융시장의 제도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가진 중국에서는 자본의 유출입과 환율의 변동이 정부에 의해서 엄격하게 통제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고, 중앙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등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에 비해 법치주의가 약하다.

이러한 요소는 국제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이 위안화에 대해 미 달러화와 같은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 중국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규범을 지키지 않는 한 위안화를 결제통화 또는 준비통화로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도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위안화보다는 오히려 중국이 2015년에 도입한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가 위안화의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된다.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이용한 국제결제 시스템의 구축 역시 다양한 컨셉이 제시되고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국과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이러한 지정학적 논의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발행과 관련된 근래의 입장 변화가 디지털 위안화의 상용화 가능성 때문이라는 추측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중국 역시 공식적으로는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에 대해서 현시점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설명과 함께 주로 국내적인 이슈와 관련해서 디지털 위안화 추진의 배경을 밝히고 있다. 다만, 양국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앞서 살펴본 논의 및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통한 국제결제와 관련된 기술적인 이슈들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빠른 시일 내에 디지털 위안화를 정식으로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국제금융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적어도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국제결제에 있어서 위안화의 비중이 어느 정도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하고,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중국과 중국의 인접 국가들이 미국의 금융제재를 우회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또한, 중국이 선점효과를 바탕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된 국제적인 규범을 세우는 데 있어서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경쟁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에서 지정학적 요소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두 국가 모두와 정치적,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디지털 위안화와 관련된 최근의 지정학적 논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