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귀를 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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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귀를 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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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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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 안팎을 둘러보자. 미국의 금융기로 경제황이 전세계로 파급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한국 증시 역시 공포의 대상이다. 국제 유가는 뜀박질이다. 그런데도 참여정부는 손을 놓고 구경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각료들은 총선 출마를 노려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 와중에 서민들만 죽어난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정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국무회의에서 경제 대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공부나 합시다”고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전직 청와대 공무원과 내각 출신, 노사모들을 청와대로 불러 산행을하고 식사 자리를 베풀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아무리 정권 교체기라지만 임기를 남긴 정부로서는 너무 무기력해 보인 지 오래됐다.
 그런 가운데 노 대통령이 어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당선인이 추진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거부하겠다고 사실상 선언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참여정부 철학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뭔가 중대한 착각이 엿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아니다. 새 정부가 참여정부 철학과 가치를 승계해야 할 의무가 없다. 노 대통령 주장은 새 정부가 자신의 노선과 철학을 반드시 계승해야 한다는 명령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정부조직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고, 민주적이고 신중한 토론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렇다 치자. 참여정부 조직이 시대정신을 반영했다면 정부조직이 순기능을 함으로써 큰 성과를 가져와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5년의 결과가 양극화이고 국론 분열이라는 말인가. 또 정부조직이 잘 가동됐는데 어떻게 대선에서 참패했다는 말인가.
 노 대통령이 국회 심의를 거친 조직 개편안을 거부하면 이명박 당선인은 취임일인 2월25일까지 새 정부조직에 따른 장관 인선 등이 불가능해진다. 참여정부가 5년 동안 실패한 지금의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출발해야 한다. 정권교체의 의미를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해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후임 정부 출범에 이처럼 노골적으로 `몽니’를 부렸는지 국민들은 기억에 없다. 귀를 틀어 막고 싶은 심정이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 정부 발목잡기나 하지말고 산뜻하게 떠나라는 충고를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 노 대통령이 할 일은 새 정부가 축복 속에 출범해 성공하도록 조용히 길을 비켜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는 노 대통령을  `몽니 대통령’으로 기록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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