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김경준,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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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김경준,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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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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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뢰를 가벼이 여기는 사회 

    복거일/소설가
 
 이회창, 김용철, 그리고 김경준 씨는 이력이 서로 많이 다르다. 그러나 그들에겐 뚜렷한 공통점이 있으니, 신뢰를 저버린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이회창 씨는 “결코 질 수 없는”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허물로 졌고 정치에서 은퇴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약속을 깨뜨렸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속했던 정당을 나와 그 정당이 공식적으로 뽑은 후보를 비난했다. 이처럼 우리의 정의감을 자극하는 배신은 드물다.
 김경준 씨는 자신이 대주주이자 최고 경영자였던 기업 재산을 빼돌리고 도망쳤으며 문서들을 여러 번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와 위조는 신뢰를 직접적으로 해치는 범죄들이다.
 특히 삼성그룹 법무 책임자였던 김용철 씨는 삼성그룹 `비리’를 폭로했다. 변호사가 자기 의뢰인의 비밀을 스스로 폭로한 것이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나쁜 배신이고 우리 사회의 척박한 풍토를 아프게 드러낸다. 변호사가 얻은 고객의 정보는 국가도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는 특권(privilege)을 누린다. 의사가 얻은 환자에 관한 정보나 사제가 신도의 고해를 통해 얻은 정보도 비슷한 특권을 누리는데,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신뢰는 그만큼 중요하다.
 김용철 씨는 공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내부 고발자’를 자처한다. 그러나 그런 자세는 너무 어설프다. 설령 그가 공개한 정보들이 사실이어서 의뢰인인 삼성 그룹의 잘못들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변호사로서는 결코 밝힐 수 없는 성격의 정보들이다.
 변호사가 얻은 의뢰인에 관한 정보들은 공정한 법의 집행과 시민들의 권익을 위해서 국가가 설정한 특권을 누린다. 미국 변호사협회는 이 문제에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사람의 변호를 맡는 것은, 혐의를 받는 사람의 죄에 관한 자신의 개인적 의견과 관계 없이, 변호사의 권리다”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아울러 우리 변호사법도 변호사가 고객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김 씨는 변호사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저버린 셈이다. 보편적으로 인정된 원리와 실정법의 규정을 어기고 가장 신성한 종류의 신뢰를 깨뜨린 김 씨의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부당한 방식으로 얻은 증거들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의뢰인을 배신하고 의뢰인의 권리를 침해한 변호사들의 증언은 무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움직일 터이다.
 이회창, 김경준, 김용철 이들의 본질적 잘못은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잘못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우리는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그렇게 중대한 잘못인 까닭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다. 실은 모든 생명체들이 그러하다. 이기적이므로, 우리는 경쟁한다. 그러나 경쟁만하면, 큰 이익을 놓치게 된다. 협력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은 본질적으로 비 영합 경기다. 그래서 모든 생명체들이 협력하면서 살아간다.
 협력을 통해서 보다 큰 이익을 누린 개체들이 살아남으므로, 모든 생명체들은 협력적 특질을 지니도록 진화했다. 사람도 물론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경쟁하면서도 협력한다. 큰 사회를 이루어 살므로, 사람은 특히 협력적이다. 협력은 신뢰에 바탕을 둔다. 신뢰가 없으면 협력이 이루어질 수 없다. 즉 신뢰는 사회의 가장 근본 바탕이다. 불행하게도, 협력에는 비용이 든다. 그래서 그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협력에서 나온 이익을 함께 누리려는 이탈자들과 무임승차자들이 나온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짜 박사 신정아 씨의 경우가 그렇다. 국민세금을 주므르는 변 씨와, 미모를 앞세워 권력자와 연인 관계를 맺고 사기 행각을 벌인 두 사람의 행위는 사회에 대한 배신이다. 이들의 엽기 행각이 만천하에 드러나 법의 처벌을 앞두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신뢰가 사회에 쌓이도록 해서 번영으로 가는 길은 간단하다. 신뢰를 저버린 사람들이 잘되는 경우가 드물도록 하는 것이다. 신뢰를 저버린 사람들이 오히려 잘살면, 신뢰가 쌓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신뢰를 저버린 사람들을 벌하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작년 12월 대선이 그 교훈이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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