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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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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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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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언어인 라틴어 중에 우리에게 친숙한 말이 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두 문장이다. 한 줄기 바람에 후두두 지는 낙엽이 빈 가슴 허전하게 하는 쓸쓸한 계절에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이 두 문장은 깊이 음미해볼 만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아모르 파티는 가수 김연자의 빅 히트곡인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실망하지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라는 가사는 많은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의미의 아모르 파티는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니체의 대표적인 사상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오랫동안 고뇌한 삶에 대한 마지막 결론이라고 했다. 삶에서 발생하는 좋고 나쁜 모든 것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인간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까지 받아들이고, 그리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하고 사랑하라는 것이다.

자칫 니체의 이 말은 “운명은 어쩔 수 없으니 무조건 받아들여라”라는 패배론자의 체념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니체의 아모르 파티는 그런 의미와는 상반된다. 운명을 무작정 견디거나 감추라는 것이 아니다.

불합리하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할 때 운명을 직시하며 헤쳐나갈 수 있고 자신이 자랑스럽고 떳떳해질 수 있으며 인간은 위대해질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거나 회피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둘 만하다.

‘카르페 디엠은 로마 말기 호라티우스 플라쿠스의 시에서 유래된 말이다. 경우에 따라 조금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지만 “현재를 즐겨라”, “현재를 잡아라”, “이 순간에 충실하라’ 등의 의미로 풀이된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교사가 공부에 찌든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외친 명대사로 인해 유명해지게 되었다. 흔히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즐겨라’라는 세속적인 Enjoy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어원을 따라가 보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현재는 ‘지금의 시간’이란 뜻으로 영어에서는 선물(present)이란 단어와 철자가 같다. 삶은 세 가지 기간으로 나누어진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이다. 그런데 과거는 뒤돌아보며 거기에서 교훈을 찾고 반성할 수 있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이기에 결코 바꿀 수 없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오늘의 행위들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사람이 충실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하나다. 바로 지금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현재뿐이다.

지나온 삶이 실수와 후회로 얼룩져 힘들고 몹시 괴로울지라도 그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부터이고, 미래에 닥칠 문제들 때문에 불안과 두려움에 가득 차 있다 해도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역시 지금, 이 순간부터이다.

그래서 현재는 선물인 것이다. 불온하고 불비했던 지난 시간들, 생각하면 할수록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미래가 있다면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고 외쳐라.

우리가 사는 오늘은 언제나 인생에서 처음 맞는 날이고, 우리는 오직 한번만 이 하루를 지나간다. 그러니 오늘만 살자.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 오늘 하루를 후회없이 살자. 오늘 하루만 아름답게 살아보자. 아모르 파티! 힘들고 괴로운 현실일지라도 회피하지 아니하고 부딪쳐 싸우며,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산다면 그 어떤 가혹한 운명일지라도 비켜서지 아니하랴.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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