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애플이라면 애플도 사과일까요
  • 김희동기자
사과가 애플이라면 애플도 사과일까요
  • 김희동기자
  • 승인 2023.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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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서연


누군가는 애플을 열고
누군가는 애플을 열기 위해 돌을 깬다
 

본사는 주문을 넣고 콩고민주공화국의 아이들은 광산으로 간다
 

아이들이 광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애플로부터 사과 한 조각을 깨기 위해서다
 

아이가 아이를 업고 포대를 들고 코발트 광산으로 들어간다
한쪽 시력을 잃고서야 광부가 된 어린 꽃!
사과의 귀에선 타닥타닥 돌 깨는 소리 들리고
 

자본이 밀어버린 검은 초원
광석을 골라낸 자갈이 물줄기를 막아버린 시냇가
뼈대만 남은 집마다 사막의 개미집처럼 늘어나는 작은 광산
갱도 속에는 삭은 빛 하나
코발트는 지구에서 가장 먼 사과로부터 쏟아진다

어떤 아이의 꿈은 단괴의 모서리가 되었다


어린 광부가 내리친 곳이다
 

와르르 쏟아지는 사과


코발트를 오래 들여다본 어린 노동자들은 눈이 먼다
깎으면 깎을수록 애플의 푸른빛, 곧 검게 변할 사과를 들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사과는 애플인데 애플은 왜 사과가 될 수 없을까



어린 광부는 애플을 모르고
애플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과 따위엔 관심이 없다



적도에 검은 꽃들은 수두룩하다




 

 

 

 

 

 

 

 

홍서연 시인
홍서연 시인

 

 

2022년 《한국불교신문》신춘문예 詩

「수미산」, 「중력 너머」 당선으로 문단 데뷔

2014년 『수필 춘수』 겨울호 수필 등단

경기도 남양주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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