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문화도시인가?
  • 이진수기자
포항이 문화도시인가?
  • 이진수기자
  • 승인 2023.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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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산하 공연장 3개 불과
지역 문화예술인들 공연장 대관
‘하늘 별 따기’로 공연기회 박탈
컨벤션센터에 전용공연장 조성해
풀뿌리 지역 문화 활성화해야

#올해 5월 초입니다. 포항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공연장 정기대관 신청을 인터넷으로 접수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대관 신청이 폭주해 단 3분 만에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일부는 공연장을 대관하게 됐지만, 그렇지 못한 예술단체들은 공연을 포기할 수 밖에 없어 허탈감이 상당했습니다. 더욱이 이런 사태는 한 두번이 아닙니다.

포항시 산하에 포항문화예술관 대·소공연장, 포항시청 대잠홀 등 공연장은 3개에 불과합니다.

2010년 개관한 중앙아트홀은 2017년부터 독립영화관으로 전환해 공연장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습니다.

공연장은 포항시 및 문화재단 주관의 공연과 행사, 시민단체 행사 등이 대관의 70% 정도이며 또한 우선권이 있어, 지역 예술인들은 나머지 빈 일정에 따라 대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연장은 무대설치와 리허설 등으로 적게는 1일, 많게는 2∼3일 사용하게 됩니다. 포항의 한 예술단체는 공연장을 구하지 못해 부랴부랴 경주서 공연을 갖기로 했습니다.

경북 최고 도시이며 인구 50만, 법정 문화도시 포항에 공연장 대관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 현실입니다.

#포항시는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2016년 12월 포항문화재단을 출범시켰습니다.

2019년 1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를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으며, 같은 해 12월 포항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5년 간 최대 200억 원을 지원받는 등 포항 문화발전의 계기가 됐습니다.

초대 대표가 2021년 1월 퇴임 후 지금까지 공석이 2년 8개월이며, 재단 출범 7년 동안 무려 총 5년이 빈자리여서 언제 재단 대표가 선임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어느 도시에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포항시는 다양한 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경륜을 갖춘 상당한 수준의 인물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워낙 장기화되다 보니 이제는 그런 말도 이해하기 힘들어집니다.

이런 상태에서 지역 몇 몇 인사들이 내심 대표 자리를 탐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돕니다. 이들의 문화예술 역량이 일천해 깜냥이 안 되지만, 호랑이 없는 산에 여우가 왕 노릇하고 싶은 것이지요.

#중국의 전국시대 말기 천하통일을 눈앞에 둔 진나라는 정치·군사적으로는 막강했으나, 문화나 사상에서는 위나라·초나라 등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천하의 학자들은 모두 전국시대의 4군자(위나라 신릉군, 초나라 춘신군, 조나라 평원군, 제나라 맹상군) 문하의 식객이 돼 그들 나라의 문화와 사상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진나라가 문화·사상 면에서 그들만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 재상 여불위는 천하의 선비와 학자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시행해 진나라에 학식과 문재로 넘치는 인물들을 불러들여 야심찬 문화사업을 펼쳤는데, 그것이 여씨춘추의 편찬입니다. 천지와 만물, 고금의 일, 모든 학문과 사상·이론을 완벽하게 서술했다고 하여 책의 이름을 ‘여씨춘추(呂氏春秋)’라 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문화예술에 있어 이탈리아 피렌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4∼16세기에 예술과 상업, 학문발전의 중심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마키아벨리, 갈릴레오와 메디치 가문이 이 도시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19세기 스위스 석학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피렌체의 역사에서 우리는 고도의 정치의식과 풍부한 발전형태가 어우려져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나라는 세계 최초의 근대국가라는 이름을 얻어 마땅하다. 예리한 지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놀라운 피렌체의 정신은 정치와 사회를 끊임없이 개혁하고 지속적으로 기술하며 평가해갔다”고 했습니다.

문화강국을 추구한 여불위나 메디치 가문에서 우리는 문화에 대한 리더의 인식과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포항도 한 때 문화도시를 표방했으나, 갈수록 퇴색되는 느낌입니다.

#포항시는 북구 장성동에 1766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건설(2026년 준공)합니다.

이곳에 300여 석 규모의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전용공연장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포항시가 별도의 공연장을 조성하려면 부지확보와 건축비 등 투자비가 상당할 것이나, 센터 한 공간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센터는 회의, 전시회 등 행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할 것이며 운영비가 만만찮아 타 지역 사례로 볼 때 포항의 센터도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포항시도 센터 운영에 있어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센터에 공연장을 조성하면 1회 공연에 200~300명의 관객을 기준으로 연간 100회 공연이면 2만∼3만 명의 다양한 시민들이 센터를 찾게 되고, 또한 공연장 대관료를 받을 수 있어 공공성과 수익성 차원에서도 괜찮을 것입니다.

서울 등 타 지역의 이름 있는 예술인들의 일회성 초청 공연도 시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주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의 내실을 다지고 가꾸어 성장시키는 것은 지역 문화인들과 시민들의 몫입니다.

포항에 합창단, 국악, 악기 연주 동호회 등 다소 설익었지만 다양한 풀뿌리 예술인들이 많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들이 기량을 펼치고 시민들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입니다. 풀뿌리 예술이 활성화되야 포항의 문화가 발전하기 때문입니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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