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정
사람을 잃은 저녁은 춥네
앞에서 안아주던 팔
바람이 쓸어내리고
오직 내게로 열렸던 귀
동굴 속 메아리처럼 어지러운
후음으로 흐려진 저녁
뾰족한 나침반은 절벽을 가리키고
길을 헤쳐도 온통
나락으로 떨어지는 벼랑 끝 지도
구멍 뚫린 저녁이
아래로 몸 던지려 신발 벗을 때
뒤에서 가만히 발등을 감싸는 손
창피한 삶의 허기를 데려다
국밥집 테이블에 앉혀놓는 침묵의 눈
사람을 잃은 저녁
사람의 온기를 말아 먹으며 한 사람을 보네
편이라는 것, 마지막 순간
조용히 너의 안쪽을 내 안쪽에 들인다는 것
강원도 동해 출생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수료.
2016년 『문학광장』 등단.
2020년 강원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23년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계간 『동안』 편집위원
시집 『치킨의 마지막 설법』, 『고래,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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