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어뒀다고
도망치지 못한 건 아니지
저당잡힌 흔적이
살아내는 이유가 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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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너를 보았을 때 난 알았어. 이제까지 난 아무도 사모한 적이 없었다는 걸...” 인기 드라마 <연인>의 사랑꾼 남궁민의 대사다. 사모한다는 말의 마음 넓이가 얼마만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제사 지내는 것을 한 번도 못 보고 자란 내가 한 집안의 장손과 결혼하여 시아버님에 시할머님까지 모시고 일 년에 7번 제사도 지내며 2~3년쯤 살았을까. 요구사항도 기대도 넘치고 넘치는 시숙부님들의 한 말씀들... 때문에 제사 즈음만 되면 늘 온몸이, 머리가 아팠던 그 어느 날.
운전을 하고 가다 어디론가 그냥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감히 누구를 사랑한다고 했었던가. 사랑은 그 상대와 모든 일가친척들까지 모두 넉넉히 품을 수 있을 때나 하는 말이지. 난 못해.’라고 소리쳤다. 차 안에서 혼자...
물론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집으로 갔다. 두 발이 꽁꽁 묶인 것이 아니었음에도 여태 도망도 안 가고 살고 있다.
일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들을 못 견뎌하는 것 같다. 잘하려 하는데 한 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를 잘 받는 타입이다.
나무에 빨랫줄을 묶어 쓰는 풍경이 참 오랜만이었다. 빨랫줄을 묶은 부분에 자국이 생기긴 했지만 굵고 튼튼하게 잘 자란 나무였다. 잎도 꽤 달려 있었었으리라. 푸른 날도 있었으리라.
디카시.글: 정사월 디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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