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지 벌써 1주일이다. 경찰과 대치한지는 닷새, 파업은 시작한지 20일이나 지났다. 어느 쪽을 봐도 너무 오래 끌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정부까지도 자진해산을 종용하는 마당이다. 노조는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가려는가.
사태의 진전을 싸늘하게 지켜보던 시민들이 마침내 행동에 나섰다. 포항지역발전협의회를 비롯한 30여개 시민·사회단체회원 1만여명이 엊그제 건설노조 규탄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는 이 시민의 분노를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그 분노는 불법파업이 가져오는 불편과 경제손실에 대한 항의다.
이에 대응하듯 민조노총은 어제 영남노동자대회를 가졌다. 오는 25일엔 전국노동자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전국노동자들을 불러들여 포항을 이참에 투쟁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속셈이 감지된다. 시민과 맞서서 도대체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전기가 끊긴 포스코 건물은 어둠 속에 싸여있다. 밤새워 불을 밝혀도 부족할 국가기간산업에 동력이 끊긴 것이다. 농성자 가운데 전기기술자가 많아 조명용 전기를 되살려 쓴다는 소리도 있다. 문제는 포스코 단전이 갖는 상징성이다. 이는 시민을 암흑 속으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없는 아픔이다. 노조는 더 이상 시민을 괴롭히고 실망시키지 말라.
이번 건설노조의 불법파업 사태는 수많은 부작용을 자아냈다. 그 가운데엔 포스코 본사의 서울 이전이 현실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들어있다. 그러잖아도 포스코의 핵심기능은 이미 서울로 옮겨간지 오래다. 포항은 거죽 뿐인 본사인 것이다. 그런 판에 이마저도 물러갈 구실을 주어서는 안되는 일 아닌가. 노사가 대립하면 할수록 포항은 쇠락한 도시로 전락하는 시간을 앞당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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