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부야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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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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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립오페라단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오페라 시연회가 있었다. 강연 오페라는 작곡가 로시니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제목에 이끌려 강연을 들었다. 강사님은 우선 이탈리아와 알제리의 지도를 보여주셨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 대륙에서 이탈리아는 오른쪽으로 뻗어 있고, 알제리는 지중해의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알제리 수도인 알제에서 이탈리아 로마는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프랑스 마르세유는 1시간 30분 정도로 더 가깝다.

과거 무역과 교역의 중심이었던 이탈리아에서 출항한 배가 풍랑에 방향을 잃어 알제리나 튀르키예로 난파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실화에 상상을 덧붙여서 오페라의 스토리가 되었다. 여기에 이탈리아 여인이 알제리 왕에게서 자신의 이탈리아 연인을 구하는 극적인 구성이 음악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오페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는 동안 문득 잊고 있던 알제리 친구 생각이 떠올랐다. 그가 태어난 곳은 프랑스의 마르세유라고 했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지중해와 만나는 항구도시이다. 이 친구는 내가 일하던 뉴욕의 프랑스 식당으로 비자를 받고 일을 하러 왔다. 자신은 주방으로, 자신의 여자친구는 홀서비스로 함께 뉴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는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스위스 시계공장에서 일한다며 여자친구와 뉴욕을 떠났다. 하루 12시간 정도 일해야 하는 주방의 일이 그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또 그는 무슬림이어서 음식도 그다지 맞지 않았고, 가끔 금식 기간이 되면 식사도 거르곤 했다.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는 알제리인이면서 무슬림이었던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알제리와 프랑스의 역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마르세유의 음식과 식당에 대해 알아보았다. 지중해가 맞닿아 풍부한 해산물요리가 많다는 것에 궁금증이 커졌다.

나는 미국 비자 만료 날짜가 1년 정도 남았을 때 프랑스로 스타지(stage:무급 인턴)를 구하러 떠났다. 일하고 있던 뉴욕식당에서 추천서도 몇부 만들었다. 여행가방에는 간단한 조리도구도 챙겨 넣었고 일을 위한 준비를 해갔다. 직접 몇몇 식당에 가서 셰프 면담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됐다. 이미 다른 스타지가 많이 있거나 당시 강화되던 취업 규제 때문이었다. 뉴욕 식당의 프랑스 변호사는 프랑스 법령이 강화가 돼 내 시도가 쉽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는 여행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어 보였고, 아직 비행기 티켓은 여유가 있었다. 지중해에 맞닿은 마르세유는 알제리가 바다 건너에 있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구릿빛 피부색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나의 알제리 친구와 닮은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프랑스가 아니라 북아프리카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르세유에 온 김에 바닷가 항구에 있는 부야베스(마르세유에서 유래한 지역 전통 생선 스튜 요리) 전문점을 찾았다. 항구에는 자잘한 물고기들이 거래되고 있었다. 항구 저편에는 식당 거리가 시작되고 나는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 부야베스 식당의 야외좌석에 앉았다.

부야베스는 두 코스로 제공되었다. 먼저 국물과 토스트가 나온다. 따뜻한 국물을 마시고 토스트와 갈갈릭아이올리를 먹고 나면 뼈를 발라낸 작은 생생선살이 나왔다. 향신료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니 여행에서 잃었던 식욕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스타지에실패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던 것 같다.

지난주 오페라 강연과 노래를 들으며 나는 다시금 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친구도 떠올랐고 무엇보다 부야베스의 맛을 입안 가득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부야베스는 여러 가지 다양한 해산물로 화려하게 나오지 않았다. 대신 국물 자체에만 내공을 담아낸다. 마이크 없이 목소리만으로 무대를 채우던 오페라 가수의 목소리에서 부야베스의 묵직한 국물이 느껴진 것은 왜일까. 전호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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