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 김희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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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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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희



그녀는 주유소 한 모퉁이에 서 있다

15도 각도 5분에 한 번씩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지만

그 누구도 답례하지 않는다

인조가죽 부츠와 꽉 낀 미니스커트 유니폼 마네킹

화장기 어린 무표정이

영하의 날씨를 견디고 있다



휴식시간도 없고 휴일도 없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도

친절하게 모시겠다는

기계적인 인사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데



때론 폭우가 쏟아지고

때론 폭염이 온다



그녀는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저렴한 전기를 공급받는다

편리한 연명,

아마도 그녀의 가려진 미니스커트 속엔

우리가 모르는 직업병이 있을 거다



난 그녀를 매일 지켜보는 주유원

사십이 넘게 취직도 못 하고 혼자 살고 있으니

그녀를 부러워한다, 아니다

사랑한다, 아니다

믹스커피라도 건네고 싶다, 아니다



소장보다 더 인간적인 마네킹

나는 오늘도

그녀를 보며 출근을 하고

그녀를 보며 퇴근을 한다



상상이 유전油田처럼 쏟아진다


 

 

 

정재희 시인.
정재희 시인.

 

 

경북 영주 출생

2021 《열린시학》 등단

2023 국민일보 신춘문예 대상

영등포구청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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