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그러나 바람직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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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그러나 바람직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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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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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

방송인
 
한나라당이 북한 수해와 관련해 `동포애적 차원’에서 돕자는 결론을 내렸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정부의 대북지원을 `퍼주기’리고 혹독하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이 정부보다 한 발 앞서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고 당론을 모은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나라당 당론 결집을 국정원 전신 국가안전기획부 제 1차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대북 강경보수파인 정형근 최고위원이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정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100년 만의 대홍수로 인명피해가 1만명에 달하고, 이재민이 130만~150만명에 이른다”며 “동포애적 입장에서 김정일 체제와 인민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해 북한에 수해 구호품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결국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의약품과 생필품 지원을 정부측에 촉구하게 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후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의 쌀과 비료 지원요구를 `6자 회담 복귀까지’ 거부한 정부는 한나라당이 이니셔티브에 편승해 대북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쌀을 미사일 발사에 묶어 지원동결을 선언한 정부가 내심 후회해오던 차에 야당이 앞장서자 `옳다구나’하고 박자를 맞춘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대북정책에 비판의 칼날을 세워온 일부 보수단체들은 북한을 돕자는 목소리에 대해 `좌파’라는 것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선군정치가 남한을 돕는다”라든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끝장”이라는 등 북한의  상식 이하의 대남 발언에 국민들이 분노하면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부터 최근의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에 이르기까지의 전체가 좌파정권의 대북정책, 일방적인 친북정책으로 매도되면서 노무현 정권 자체가 좌파정권으로 폭넓게 인식되는 상황이다. 
 북한을 돕자는 주장을 무조건 좌파로 몰아붙이고, 북한 정권은 대화와 공존의 대상이 아닌 무조건 척결의 대상이라는 극보수적 여론만 존재한다면 이 시대는 또다시 불행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 돕되 제대로 돕고, 북한을 비판하되 제대로 비판하는 객관적인 위치에 서야 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이번 대북지원 당론은 친북세력과 좌파들에게 많은 의미를 지닌다. 친북노선을 걷는다고 비난받는 참여정부에 던지는 메시지도 간단치 않다. 이유는 이렇다. 한나라당은 북한 김정일 독재체제를 비난해왔다. 강제수용소와  공개처형, 탈북송환자 학대, 인민을 굶겨 죽이는 선군정치 등 인권학대가 주 타깃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100년 만의 물난리로 거의 마비상태에 빠진 북한을 돕자고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일 정권과, 학정에서 신음하는 북한주민을 분리해 대처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지원하는 쌀이 군량미로 전용되고, 비료가 외국으로 재수출되어도 결국 일부나마 주민들의 입으로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군인부터 먹이겠지만 주민 동요가 무서워서도 식량을 배급할 것이라는 합리적 접근이다.
 옳은 방향이다. 그동안 보수단체와 국민들은 정부가 할말은 한마디도 못하고 북한에 질질 끌려다녔음을 비판했다.쌀이다. 비료다. 달러다 퍼부으면서도 북한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유엔결의에 기권하고, 북한의 외화 위조나 마약 수출 등에 입도 뻥끗하지 못한 정부가 김정일의 엽기적인 정권에 발목을 잡혔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해왔다.
 남한에서 친북세력들이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을 옹호해도, 전교조가 북한 역사책을 베껴 학생들을  가르쳐도, 납북자와 국군포로 존재 자체를 부인해도, 민노총과 한국노총 방북 간부 50여명이 북한의 전쟁 원흉이 묻혀있는 `혁명열사릉’을 참배해도 북한눈치만 보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 때문에 오히려 대북지원을 반대해온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친북세력들로부터 `보수 꼴통’으로 불리는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에 앞서 대북지원을 촉구하고 나섰으니, 그것도 `꼴통보수’인 정형근 의원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결정됐다니 놀라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대북지원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면서, 지원할 것은 지원하는 것이 정도다.
“인민을 굶기지 말라” “인민들을 공개처형하지 말라”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는 한민족 모두를 위기로 몰아넣는 철부지 행동이다”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돌려 보내라”라는 말을 떳떳이 하면서 줄 것을 준다는 얘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0년 가까이 퍼준 결과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달러가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다는 게 분명한 사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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