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의 특산 어종인 대게 어획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것도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어 더욱 당혹스럽다. 2007년 대게 어획량은 2654t이던 것이 지난해엔 1708t으로 뚝 떨어졌다. 감소율이 36%나 된다. 올들어서도 지난 5월 현재 어획량이 976t임을 감안할 때 연말까지 생산량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게 뻔해 보인다.
원인은 마구잡이다. 2~3년 전만 해도 포항·영덕·울진 일대는 전국의 90%를 생산했다. 포항은 전국 생산량의 52%를 차지했다. 생태계가 망가져 대게가 급감할 재앙이 있은 것도 아니다. 대게라면 암·수컷, 크고 작은것을 가리지 않고 쓸어담는 마구잡이가 아니라면 대게 흉년을 걱정할 사태는 빚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포항해양경찰서는 2007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불법 포획량이 5배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불법 포획된 대게는 10만4972마리였다.올들어 벌써 6만7000마리나 불법 포획됐다.
이대로 간다면 대게는 머잖아 씨가 마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한때 지천이던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져버린 원인이 무엇이던가. 성급한 추론이라고 할지 모르나 대게가 이 과정을 그대로 밟아나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동식물의 씨를 말리는 대적(大敵)으로 사람의 탐심(貪心)을 따를 것이 없다. 산야에서 모습이 사라져버린 수많은 생물종을 생각하면 된다. 이보다 더 분명한 증거가 무엇이 있을 것인가.
포항해양경찰이 밝힌 어획량 속엔 단속망을 벗어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물량은 들어있지도 않다. 단속망을 빠져나온 불법 포획량은 얼마나 많을지 쉽게 가늠할 수도 없다. 아마도 몇 갑절은 될 것이다. 어민이 어민의 밥줄을 죄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할 것이다. 해양경찰이 단속한 불법포획건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7년 43건이던 것이 지난해엔 128건이었다. 무려 3배나 늘어났다. 어획량은 줄어들고 불법포획은 늘어나니 제아무리 `물 반, 대게 반’이라 한들 당해낼 재간이 없을 터이다.
대게가 멸종된 대게 특산지는 아무런 존재 의미가 없다. 자동차 생산이 멈춰버린 자동차 도시나 다를 게 없다. 어민들의 어자원보호 의식이 먼저 투철해야 겠지만 엄정한 법 시행이 더 시급해 보인다. 그게 어민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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