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인 존재들의 목소리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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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존재들의 목소리 담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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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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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보다 발언권 없는 사람들에 소설 통해 발언권 부여하고 싶어”
 희생·휴머니즘 관점 새로워져...읽는 이들의 자기 성찰도 유도
 
 
  “근대 시민사회가 만들어놓은 여러 시스템은 수많은 이상한 개인들을 양산해냈다. 이상한 개인들은 시스템에 부합되는 삶에 모욕감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을 최대한 은폐시킨 채로 결정적으로 반항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 나는 대체로 이런 기형적인 존재들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다.”(`랑의 사태’ 155쪽)
 김도언(37) 씨의 세 번째 소설집 `랑의 사태’(문학과지성사 펴냄)에는 표제작 속 화자의 독백대로 “수많은 이상한 개인들”, 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 “기형적인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작가가 `내 생애 최고의’라거나 `전무후무한’ 같은 최고의 형용사를 아낌없이 부여한 등장인물들을 보자.
 수록작 `내 생애 최고의 연인’에서 화자의 연인인 `소년’은 “잘 팔리지 않는 B급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출판사 편집장이기도 한 화자 앞에서 늘 당당하다. 일 때문에 약속자리에 늦은 화자에게 버럭 화를 낼 만큼 “어리고 이기적”이면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며 큰소리다.
 아닌 게 아니라 소년은 위대한 사랑을 하고 있긴 했다. 단지 화자와 하고 있지 않았을 뿐. 소년은 사지를 못 쓰는 중증 뇌성마비의 아내를 5년째 극진하게 간호하면서 “희생자가 갖는 정신의 힘으로 오만하고 힘센 세속의 사랑에 맞서온” 중이었다.
 또다른 작품 `전무후무한 퍼스트베이스맨’은 21년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은퇴를 앞둔 한 프로야구 선수의 독백으로 진행된다. 36타석 연속 무안타 기록을 낼 정도로 별 볼 일 없는 선수였던 그는 갑작스런 은퇴의 변으로 난데없는 `휴머니즘’을 들고온다.
 1루수였던 그는 마음이 착하거나 가난하거나 부진에 허덕이는 선수 등이 1루에 진출하면 그들에게 팀의 전략이나 전술을 일러주곤 했는데, 얼마 전 1루 수비를 그만두게 된 후 “휴머니즘을 부정하는 플레이”를 견딜 수 없어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 1루수나 `소년’과 같은 기형적인 인물들은 “주류에 속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없는 사람들에게 소설을 통해 발언권을 부여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과 무관하지 않은 인물들로, 이들에게 발언권을 부여하자 과연 `희생’이나 `휴머니즘’에 대한 관점이 새로워진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아홉 편의 이야기는 모두 1인칭 시점이고, 많은 작품에서 화자의 직업이 소설가다. 이런 경우 독자들은 화자와 작가를 동일시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쉬운데 이 소설집에 한해서라면 `화자=작가’의 등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작가는 “최근 들어 의식적으로 내 모습을 소설 속에 그대로 섞는 실험들을 해봤다”며 “나이 들면서 점점 기성질서에 맞춰가고 비판의식도 느슨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 모습을 소설에 투영시키면서 좀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려 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작가가 기꺼이 소설 속에 들어가 던진 질문들은 작가 자신을 성찰로 이끄는 것을 넘어 읽는 이들의 비판적 자기 성찰도 유도하고 있다.
 작가는 10년 전 등단과 거의 동시에 시작한 출판사 편집자 일을 지난달 그만 뒀다. 그에 즈음에 인터넷 문학웹진 `나비’에 장편소설 `꺼져라, 비둘기’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달 말에는 3개월간 미국 아이오와 국제 창작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등 소설가 역할에 바짝 고삐를 당겼다.
 “정기적인 노동을 해야 긴장감이 생겨 글 쓰는 일에도 집중할 수 있다”며 전업작가 생활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당분간 소설 쓰기에 몰입하면서 문학적으로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306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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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를 내팽개친 신데렐라  
`세상으로의 첫 여행을 떠날 때 읽는 동화’발간
 동화 13편 주인공·내용 현대적 이야기로 탈바꿈
 
 “세상에, 그의 코가 저렇게 우습게 생겼는지 난미처 몰랐어. 멋진 옷을 차려입었을 땐 그래도 확실히 지금보다는 보기가 좋았지. 지금은 지난밤에 보았을 때만큼 매력있는 건 아니야. 아무래도 이 유리구두가 발에 안 맞는 척해야겠어”
 미국 작가 주디스 비오스트가 동화 `신데렐라’를 고쳐 쓴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동화 이론을 연구해온 잭 자이프스 전 미네소타대 교수가 엮은 `세상으로의 첫 여행을 떠날 때 읽는 동화’(사이 펴냄)에 실렸다.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이 서구에서 전해진 공주에 관한 동화를 읽고 자란다. 그러나 대부분 착한 공주가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는 시대착오적이고 비현실적인 줄거리인 탓에 성장기 소녀들을 환상과 착각 속에 빠뜨린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작가 11명은 동화 13편의 주인공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바꾸거나 순종을 강요하는 줄거리를 인간적인 이야기로 바꿨다.
 저자들은 `착한 것’과 `불의에 순응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한다. 동화 속 주인공들이 착하게 구느라 부당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구경만 하고 있다고 여기고, 이를 바로잡는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독재자의 횡포에 저항하는 민중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애초에 왕비가 요술거울로부터 듣고자 했던 말은 “왕비님이 가장 아름답다”는 게 아니라 “모두 왕비님에게 복종하므로 왕비님이 가장 행복한 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광부인 일곱 난쟁이와 함께 일하는 보석 세공 기술자인 백설은 왕비에 의해 강제로 성에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성에서 탈출하고 바람대로 친구들과 함께 일하며 살 수 있게 된 백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요술거울로부터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백설”이라는 말을 듣고 분노한 왕비가 숲 속 사람들을 죄다 죽이려 하자 백설을 비롯한 사람들은 반기를 든다.
 조애나 러스가 쓴 `루살카 혹은 보헤미아 해변’에서 인어 루살카는 동화 `인어공주’에서처럼 인간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저자는 원작과 달리 루살카가 인어의 삶을 부정하고 허영심에 빠진 탓에 죽음을 맞았다는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그와 동시에 이 작품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도 꼬집는다.
 루살카의 신비로운 외모에 반한 왕자는 막상 결혼을 하자 차갑고 미끄덩한 피부에 호수에서 물고기를 꺼내 먹어치우는 루살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루살카가 마법에 걸렸다고 착각한 끝에 마법사들을 동원해 루살카를 `정상’으로 `고치려’ 한다.
 인어로서 제 모습을 버리는 바람에 인간이 돼 말을 하지 못하던 루살카가 끝내 숨을 거두며 왕자를 향해 마지막으로 내뱉는 말은 “바보!”다.
 김경숙 옮김. 284쪽. 1만원.
 
 
 
                       >>신간
 
 ▲우주 엘리베이터 = 아닐리르 세르칸 지음. 케임브리지대 물리학상을 받았고 터키 스키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으며 8개 국어를 하는 독특한 이력의 젊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 홍성민 옮김.
 이 책에는 우주에 대한 풍성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독자를 공부시키려는 목적은 없다. 그 대신 저자는 우주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우주여행을 떠나라고독자를 부추긴다.
 저자는 차원과 시간, 우주 공간, 원자의 개념과 의미를 쉽게 풀이한다. 다차원의 세계를 만화 `도라에몽’에서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에 3차원에는 없는 특별한 에너지가 존재한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제목은 우주선을 쏘아 올려 우주의 일정 지점에서부터 `우주 엘리베이터’ 운행을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아이디어에서 따왔다.
 윌북. 216쪽. 1만2천원.
 ▲이야기꾼 = 짐 로허 지음. “이야기가 성공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가진 저자가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찾는 방법을 귀띔해 준다. 이주형 옮김.
 이 책에서 이야기란 성공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권력과 희생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야기란 인생의 곳곳에 널려 있으며 육체나 신념, 대인관계, 생각 등 어디에나 얽히고 생겨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비극으로 만들지, 행복한 소설처럼 만들지는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저자는 식습관에서도, 운동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일을 할 때도 행복하고 성공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듯이 삶을 만들어 나가라고 조언한다.
 스마트비즈니스. 388쪽. 1만4천800원.
 ▲우리말은 서럽다 = 김수업 지음. 저자는 고유의 말과 글을 가졌으면서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 우리말을 제대로 쓰라고 강조한다.
 
 우리 토박이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원과 뜻을 풀이하고 한자어 대신 쓸 수 있는 고유어를 소개한다. 또 `날래다’와 `빠르다’, `메다’와 `지다’, `배알’과 `속알’등 헷갈리기 쉬운 낱말의 정확한 뜻과 쓰임을 알려준다.
 나라말. 320쪽. 1만3천원.
 ▲나는 현장 사람이다 = 희망제작소 기획. 신중철 지음. 전남 장성군에서 한마음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남상도씨의 농민과 흙 이야기를 담았다.
 남씨는 23년간 몸담았던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그만두고 흙집에 몰두한다. 생태유치원과 자연학교를 운영하면서 농촌의 미래를 고민하던 끝에 인간의 대안적인 주거 공간은 황토집이라는 생각에 이른 것. 정해진 설계도는 없지만 창문 하나 내는 데에도 의미를 담아 흙집을 지어 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푸른나무. 232쪽. 9천500원.
 ▲비행기에서 끝내는 신(新) 러시아 러시아인 이야기 = 연합뉴스 모스크바 특파원을 지냈던 김병호 매일경제신문 기자가 소개하는 러시아.
 흔히 러시아라고 하면 추운 날씨나 공산주의, 스킨헤드를 떠올린다. 저자는 모스크바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의 진짜 모습은 어떤지, 러시아에 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알아둘 만한 것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매일경제신문사. 366쪽. 9천800원.
 ▲삽질 공화국에 장도리를 날려라 = 박순찬 화백이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시사만화 `장도리’ 여러 편 가운데 2007년 10월 30일부터 2009년 2월 25일까지 현 정권의 실정(失政)을 비판한 내용을 모았다.
 국내 현실을 `재벌 공화국’, `경쟁 공화국’, `삽질 공화국’으로 보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책보세. 290쪽. 1만3천원.
 ▲르누아르와의 약속 = 아이잭 신 지음.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강의하는 저자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르누아르의 일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적 할머니 집에 놀러 간 저자와 누나가 다락방에 갇히게 되는 장면과, 르누아르 가족이 생계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르누아르의 삶과 저자의 이야기를 교차하는 소설적 구성을 통해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다.
 르누아르의 그림 외에도 들라크루아와 마네, 세잔, 모네, 드가, 피사로 등 당대예술가들의 작품까지 250여장의 도판이 수록됐다.
 멘토프레스. 20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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