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굴하면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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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굴하면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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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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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에게 모욕적인 이유
복거일
소설가

 
핵 실험을 했다는 북한 정권 발표와 관련해 이상한 점 하나는 그들이 남한 정권에 보인 모욕적 태도다. 룞북한 정권 대변인’이란 비판을 들을 정도로, 북한 정권을 감싸왔는 데도 철저히 왕따시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조치에 대해, 북한 정권으로선 최소한 남한 정부에 알려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들은 아예 무시했다. 비록 깨닫지 못한 듯하지만, 그런 무시는 더할 나위 없이 모욕적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4년 11월 미국을 방문한 길에 노 대통령은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이 자위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엔 일리가 있다고 말했고, 이듬해 1월에는 중단된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 단언했다. 그러나 바로 뒤에 북한은 핵무기를 가졌다고 선언했다. 작년 6자회담에 관한 9ㆍ19 공동성명도 우리 정부는 룞민족적 쾌거’라고 반겼지만, 북한은 한 달 만에 중단시켰다.
 실은 북한 정권은 남한 사람들 모두에 대해 경멸과 모욕을 서슴지 않는다. 남북한 주민들의 교섭이 시작된 뒤, 우리 시민들이 북한 요원들에게 트집을 잡혀 곤욕을 치른 사례들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최근 사례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 일에 참여한 우리 국회의원이 당한 모욕이다. 그는 북한 군인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넸다가 두 시간 동안 억류당하며 신문을 받았다. 심지어 “뒷짐 지고 서 있는데, 똑바로 서지 못하겠느냐?”고 북한 경비원들에게 위협을 받았다.
 말끝마다 룞민족 공조’를 외치는 북한 정권이 왜 그렇게 남한 사람들을 혐오하고 모욕하는가? 영악한 그들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남한 사람들을 왜 그렇게 룞비합리적’으로 대하는것일까?
 직접적 원인은 우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룞햇볕 정책’이라 불린 유화 정책의 필연적 결과다. 모든 유화 정책은 상대의 경멸을 부른다. 두려워서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자에게 누가 존경하는 마음을 품겠는가? 위협과 모욕이 더 큰 보상을 가져오는데, 누가 태도를 바꾸겠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하겠다고 발표해도 바로 그런 실험을 위한 시설의 건설에 쓰일 시멘트를 예정대로 실어보냈다. 그들은 이런 우리의 행동을 `격려’라 간주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북한의 룞비합리적’ 행태엔 보다 근본적 원인이 있다. 남한은 자유주의 사회고, 북한은 전체주의 사회다. 이것은 본질적 차이여서, 어떤 것도 그 심연을 넘어서 두 사회를 이어줄 수 없다.
 전체주의 정권에는 번영하는 자유주의 사회 자체가 그것의 존속에 영구적 위협이 된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잘사는 사회의 존재는 전체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이념이 그르고 그들의 통치에 도덕적 정치적 권위가 없다는 사실을 늘 일깨워 준다.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성공적 봉쇄 정책을 처음 제안했던 조지 케넌(George Kennan)이 지적한 대로,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그리도 적대적이었던 것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서 한 일들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자유롭고 번창한 사회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같은 민족으로 이루어지고 바로 이웃에 있는 사회라면, 특히 그러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자체가 북한 정권엔 더할 나위 없이 못마땅하고 위협적인 것이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진작 망했어야 할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거꾸로 도움을 받으니, 북한 정권이 속이 얼마나 쓰리겠는가? 우리 도움을 받을 때마다, 그들은 우리에게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사는 것에 대한 시기와 분노로 이를 갈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에게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된다. 겁이 나서 룞몸값’을 바친다고 여긴다. 그렇게 겁을 내는 상대에 대한 심리는 물론 경멸이고 행태는 모욕적 언동이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북한 정권은 자신을 충실하게 돕고 두둔하는 남한을 계속 경멸하고 모욕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아무리 큰 지원과 양보를 해도, 그들은 우리에 대한 공격적 정책과 모욕적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잘 인식하고 있다. 우리가 잘사는 한 그들은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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