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밥그릇 모두 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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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밥그릇 모두 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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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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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장사꾼’들의 음모
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한 방송사에서 환경호르몬이 소비자 건강을 위협한다는 `환경호르몬의 습격’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방송 이후 환경호르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환경호르몬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30여 년 동안 사용을 금지해온 살충제 DDT의 해금 조치를 취했다. “해충을 잡기 위한 DDT가 인간의 죽음을 불러온다”던 바로 그 DDT가 누명을 벗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의 DDT를 기억한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우리 피를 빨아 먹으면서 티푸스나 말라리아 등을 옮기는 `이’나 모기 퇴치에는 DDT가 특효였다. 이는 거의 사라졌지만 머릿니는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해금된 DDT를 사용하면 머릿니 걱정은 사라질 것이고, 비무장지대 전방에 근무하는 장병들을 말라리아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DDT는 1874년 O. Zeidler가 합성했다. 1940년대에 들어와 살충제와 농약으로 널리 활용됐으며, 1955년부터는 WHO의 말라리아 추방 계획 덕분에 사망률이 거의 30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연간 250만 명이던 사망자가 31명으로 줄기도 했다.
 하지만, 1962년 Rachel Carson은 `침묵의 봄’에서 DDT를 생물 농축성이 있는 `죽음의 묘약’으로 매도했다. 곤충과 새가 모두 사라져 봄이 와도 울음소리와 노래를 들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DDT 사용 금지 운동이 번졌다.
 환경 이슈로 활동한 `침묵의 봄’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말라리아 등의 질병으로 고통 당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모기장이나 말라리아 백신은 DDT 대용이 되지 못했다. 스리랑카 연간 사망자는 다시 250만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다행히 DDT의 발암성에 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자, WHO는 제 정신으로 돌아와 DDT를 해금했다. 하지만 그동안 DDT 금지가 초래한 막대한 손실과 비극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는가?
 이것이 환경 이슈를 과장한 환경운동의 기본 속성이다. 무조건 떠들어 사람들에게 겁을 주어야, 활동도 확대되고 연구비도 생기며 책도 팔리고 관련 공무원의 수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아니면 말고”가 통하는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은, 사람들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이슈의 발굴에 나선다.
 한강에 버린 포름알데히드로 물고기가 `괴물’로 변해 가족을 괴롭힌다면서 환경 이슈를 이용한 영화가 국내 영화관을 싹쓸이 하다시피 한 일이 있지만, 사람들은 정작 어처구니없는 괴물 탄생에 관한 증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아니면 말고”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TV 방송사의 `환경 호르몬 습격’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시민들은 여전히 히스테리 반응을 일으킨다. 아끼던 플라스틱 그릇을 내다 버리고 유리 그릇을 새로 장만한다고 야단법석이다. 덕분에 유리제품 생산자는 호황을 누리는데, 플라스틱 생산자는 `환경 호르몬’ 용출 여부를 놓고 서로 비방하다가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한 식기나 장난감의 정상적 제품으로부터 섭취하게 되는 `환경 호르몬’은 어느 정도인가. 이러한 섭취량과 건강 이상 사이의 인과(因果) 관계를 입증해 주지는 않고 “아니면 말고” 식의 겁만 주지는 않았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강도와 섭취량에 따라 달라진다. 부뚜막에 소금이 있더라도 집어넣지 않으면 국이 짜지지 않는. 위험성을 따지기로 한다면 건강을 위해 복용한다는 종합영양제가 `환경 호르몬’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성분표를 들여다보면 알루미늄, 구리, 니켈, 아연은 물론 최근 아토피의 원인이라는 크롬까지 들어있지 않는가.
 비싼 돈을 주고 사 잘 써오던 멀쩡한 플라스틱 식기를 내다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낭비는 피해야 할 것이다.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환경 호르몬’이 미래를 도둑질한다고 하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의 평균수명은 15년 이상이나 증가해 평균 80세를 바라보고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도 선진국에 비하면 평균수명이 낮다는 사실이다.
정말 우리의 미래를 도둑질하는 것은 `환경 호르몬’ 자체가 아니라 이를 앞세워서 활동하는 부당이득 추구자들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들의 저의를 간파함으로써 어지러운 심기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창의적 정신을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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