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으로 가장 손해본 나라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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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으로 가장 손해본 나라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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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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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과 6국의 손익계산서-
 
김태우(핵전문가/정치학 박사)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하고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에 이어 아홉 번째 핵클럽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예상 대로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확대실시를 통해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가세 중이다. 북한의 고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문인지 북한은 6자 회담 복귀를 받아들였다. 일종의 `굴복’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핵실험 이후 북한이 가장 큰 수확을 거두고 있다. 북한의 최대 목표는 `체제 및 정권 수호’와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다. 핵실험을 감행한 현 시점에서 북한은 이를 모두 이룩한 셈이다. 주민의 삶이 고단해지지만 평양정권에게는 정권수호나 핵보유가 우선이다. 세계 언론들이 추가 핵실험 여부와 관련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언행을 주목하는 것만 보더라도 북한은 국제정치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일본도 결과가 양호한 편이다. 북핵으로 인한 안보불안과 안보비용 증가는 일본에게 강요된 손실이다. 그러나 북핵은 정치·군사적 강대국 지위를 추구하는 일본 보수 지도자들에게 군사현대화 및 국제역할 증대를 추구할 수 있게 해주는 빌미다. 일본은 자위대 확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평화헌법 개정 등을 통해 국제적 역할을 증대시키기를 원해왔다.
중국도 나쁘지 않다. 중국은 NPT가 핵보유를 인정한 5대 핵강국 일원으로 북한 핵보유로 인하여 `핵독점 희석’이라는 손실을 입고 있으며, 북핵이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주변지역 안정’을 해친다는 점에서는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러나 북핵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관계에 있는 미일동맹을 견제하는 측면을 가진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안보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북핵이 중국의 대미 지렛대를 높여주고 있다.
러시아는 6자회담 당사국이면서 북핵 문제에 한발 빠져있는 자세를 견지해왔다. 러시아도 북핵의 위험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핵실험 직전까지도 “북한 핵보유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느긋한 입장을 표명했다. 러시아도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주변지역 안정을 원한다는 점에서 북핵은 얼마간 손실을 의미하지만, 북핵의 대미방패 역할은 러시아나 중국이 즐길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큰 손실은 입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하는 동안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플루토늄 및 핵무기 생산에 들어갔다. 대화 단절은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 시간을 허용했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화해를 시도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미국의 무력행사가 불가능함을 알고 핵실험을 감행했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한 측면 못지않게 북한이 미국을 요리한 측면도 많다는 얘기가 된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손익계산서를 받아든 나라는 한국이다. 대외적 체면, 대북 안보, 대미 관계, 대일 관계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포용정책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자 국가 체면 손상이나 한국민이 느끼는 배신감은 적지 않다. “북한 핵게임은 협상용이므로 대북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도 무색해졌다. 북한 핵무기가 늘어나는데 비례하여 한국은 북핵의 인질상태로 더욱 깊숙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북한 핵개발로 인해 미국의 대한 핵우산이나 유사시 자동개입 약속은 더 절실해졌지만, 포용정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노출된 미일과의 마찰을 감안하면 미국의 방위공약이 희석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남한내 포용론자들의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북한이 인권 중시 체제로 전환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할 필요도 없고 북한도 핵무기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남한내의 포용정책 시비도 이 정책이 북핵을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키는데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기여했다는 게 정확한 평가다. 6국 중 가장 나쁜 손익계산서를 받아든 한국은 부질없는 내부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국민여론과 엇박자를 보이는 정부, 북한에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당국자들이 이 비참한 손익계산서를 반성해야 한다.(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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