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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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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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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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등에 닿는 빗방울 감촉이 그렇게 섬뜩할 수가 없더라.” 이른바 `방사능 비’가 내리던 날 만난 친구가 털어놓은 말이다. 핵 전문가는 아니지만 웬만한 상식 정도는 줄줄이 꿰는 친구가 비 한 방울 맞고는 “찜찜하다”고 했다. 친구만 느낀 불안감이 아니니 문제다. 전문가들은 “극미량이어서 사람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되뇐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말 믿어도 되느냐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손등에 떨어진 빗방울이야 닦아내면 그만이다. 정작 두려운 것은 몸속으로 들어오는 방사성 물질이다. 사람몸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운반수단이 공기,물,음식이다.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인데도 죽음의 공포도 실어나르고 있으니 기이한 노릇이다. 이러한 공포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 해산물을 다루는 업종이다.
 며칠 전 구룡포엘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는 구룡포 바다가 반갑기에 앞서  씁쓸한 광경이 먼저 가슴을 아리게 했다. 점심때가 다 된 시간대였다. 평소 같으면 `△△대게’집들 앞에 줄지어선 종업원들이 손님들을 부르고 맞이하기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 이야기가 돼버린 것 같았다. 밥 한 그릇을 다 먹는동안 손님은 단 한 사람도 더 들어오지 않았다.
 포항 죽도어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들이 복작거리던 시장 골목이 휑하다. 관광객 숫자가 뚝 떨어진 탓이다. 일본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바다에 퍼부은 이래 생긴 현상이다. 방사능 물질에 겁먹은 사람들에게 해류가 어떻고 해가며 설명한들 곧이듣는 표정도 아니다. 이렇게 심드렁한 사람들에게 밀리시버트(m㏜)가 어떻고  베크렐(㏃)이 어떠니하고 설득하려 해봤자인들 싶기만 하다. 오히려 평소에 거리가 멀던 그 단위들이 귀에 설기만 할 뿐이다. 그러기에 정부는 믿음을 줘야 했다. 애초에 `쉬쉬’한다는 인상을 심어준 게 `눈물의 씨앗’이 돼버리고 말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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