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하천 망치기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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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하천 망치기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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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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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택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에 다슬기 잡는 장면이 나온다. “밤에 맨발로 물에 들어서면 발 디딜 곳이 없이 다슬기들이 돌멩이들을 덮고 있어 우두둑 우두둑 밟혀 으깨진다. 그렇게 많은 다슬기를 불빛 없이도 돌들을 슬슬 쓰다듬으며 한 주먹씩 잡는다. 잠깐이면 한 됫박쯤되는 다슬기가 잡힌다.”
 다슬기는 맑은 물에서만 산다. 다슬기는  반딧불이와 먹이사슬을 형성한다. 다슬기와 반딧불이는 청정지역의 보증수표라고 해서 지나칠 게 없다. 경북도내에서도 반딧불이가 관광상품으로 등장한 곳도 있지 않은가. 문경에 처음 오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맑은 물에 탄성을 내지른다. 급수가 한참 뒤지는 물만 보던 눈에는 마치 선녀의 목욕물 같기만 한가보다. 두 발을 담그고 잠시나마 쉬기조차도 민망스러울 정도다. 산자수명(山紫水明)의 대명사라 할만한 곳이 문경이다.
 그 본보기로 꼽을 수 있는 문경시 산북면 호암리 주민들의 심기가 요즘 잔뜩 꼬여 있다. 대하리천 공사를 하면서 자랑거리인 맑은물을 망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측량을 잘못한 탓에 시공한 구조물을 걷어내고 다시 공사를 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는 소리다. 게다가 파쇄한 콘크리트 더미는 물가에 팽개쳐둔 채 비오는 날에 콘크리트 공사를 벌였다니 그  물이 어떻게 됐을지는 안 봐도 알만한 일이다.
 “다슬기와  물고기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주민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그 물고기와 다슬기는 모두 1급수에서만 사는 것들이다. 살 수 있는 환경이 망가지고 있으니 달아날 수밖에 더 있나. 그런데도  시청  담당자는 공사에 관련되는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시정하겠다”는 말뿐이라고 한다. 마치 군대에서 상관의 지적을 받은 하급자가 응답하는 소리 같이만 들린다. 하천 오염을 막을 장치도 없이 청정하천을 망치는 공사라면 차라리 않느니 만도 못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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