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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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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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가 붉어서 홍근초(紅根草)로도 부르는 `시금치’를 최초로 적은 우리문헌은 조선 중종 때 최세진이 편찬한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게 정설이다. 3360자의 한자에 한글로 음과 뜻을 단 어린이 학습서인데 여기서 `파’자의 뜻을 시금치라 했다. 시금치의 한자어는 `파채’다. 남중국 방언에선 `파릉초’라 한다. 한자 `릉’도 시금치 `릉’자여서 중복구조의 첩어로 볼 수 있으나, 기실 `파릉’은 시금치 원산지인 페르시아(이란의 옛 이름)를 음차표기(音借表記)한 거다.
 훈몽자회의 풀이로 보아 시금치는 조선 초기를 전후하여 전래된 채소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외래문물을 받아들인 우리로서는 그저 `파채’나 `파릉초’ 에 뿌리가 닿는 이름으로 불러왔을 법도 한데 난데없이 `시금치’는 어디서 왔을까. 혹 시금치를 뜻하는 영어단어 스피나치(spinach)의 첫음절과 끝음절 자음이 시금치처럼 각각 `ㅅ’과 `ㅊ’이란 것과 관련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시금치도 멀게 보면 외래어? 어쨌거나 각설하고-.
 시금치는 예로부터 `포항초’란 이름의 포항시금치와 신안의 `비금도섬초’를 꼽아 줬다. 우리나라 어디엔들 시금치 안 나는 곳 있을까마는 해풍을 맞고 자란 시금치의 맛이 각별한 건 다 아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제철인 겨울철을 전후하여 바닷바람이 유난히도 차가운 동해안 포항에서 재배한, 뿌리부분의 줄기색이 바알간 시금치 맛은 기왕에 `한국의 맛’으로 손꼽혔다. 뿌리부분 줄기가 붉어서 맛이 더 들큼한 `포항초’는 한국인의 입맛에 이미 깊숙이 침윤된 또 하나의 지역브랜드가 된 지 오래란 말이다.
 포항시가 남구 호미곶면 강사·구만·대보 일대 32ha에 사업비를 지원해 `해풍시금치특화단지’를 조성하여 올 하반기부터 재배에 들어갈 거라고 한다. 이 특화단지는 연간 시금치 336t을 생산해 총매출 1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지역의 유휴인력 일자리도 크게 창출될 것이다. 동해안 호미곶을 감돌아 부는 서늘한 해풍으로 재배한 `포항초’가 한국인의 입맛사로잡기에서 오징어 과메기에 이어 또 한 번 전국을 제패하길 바란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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