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정부가 저지르고 피해는 몽땅 서민들이 뒤집어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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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정부가 저지르고 피해는 몽땅 서민들이 뒤집어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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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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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언론인
 
 정부가 부동산대책이란 걸 또 내놓았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집값을 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정부가 당정 협의를 거쳐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환경부,금융감독위원회,국세청 공동으로 발표한 `11.15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은 주택 공급 확대와 분양가 인하, 주택 금융 축소가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용적률을 높이고 녹지 비율은 낮춰 올해부터 2010년까지 공공택지 내 주택 공급 물량을 당초 74만2000 가구에서 86만7000 가구로 늘리고 분양가도 25% 정도 낮추겠다는 구상부터가 문제다.
 앞으로 몇 년씩 걸릴 대책으로 이미 눈앞에 닥쳐 버린 `미친 집값’을 어떻게 잡겠다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런 중장기 대책은 진작에 나왔어야 옳다. 수도권의 주택 수요는 연 30만 호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그러나 실제 공급은 2002년 37만6000 호를 정점으로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서서 2003년 29만7000 호, 2004년 20만6000 호에 이어 작년에는 19만8000호까지 떨어졌고 올 들어 9월까지는 9만5000 호에 그쳤으니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할 지경이다. 따라서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튼 것은 만시지탄이 있지만 잘 한 일이다. 다만 당장의 `화급한’상황을 치유할 대책은 못 되니 문제다.
 고밀도개발에 따른 주거의 질 악화도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며 기존 주택의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보다는 토지 조성비와 건축비의 거품부터 제거하는 게 순리다.
 공공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주택의 기반시설 설치비를 재정에서 부담한다는 것은 더욱 한심한 발상이다. 자기 집을 사는데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꼴이 아닌가. 기존 신도시는 물론이고 민간 아파트단지들도 형평성을 들어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 어쩔 텐가. 전·월세용 소형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다세대·다가구의 주차장 및 동간 거리 기준을 완화하고 전용면적 18평 이하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하며 계획관리지역 내 주상복합아파트의 용적률을 최대 200%까지 늘려 아파트 비중을 늘리는 등의 공급 대책은 하나 같이 지금까지의 정책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효과 못지 않게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대출 축소 등 수요 대책도 규제 완화에 역행하기는 매일반이어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주름살이 잡히게 생겼다.
 일은 정부가 저질렀다. 그리고도 피해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몽땅 뒤집어쓰고 있다. 주택 수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책임이 크지만 경기도 판교와 파주 신도시 및 서울 은평 뉴타운 등을 강남 대체지로 개발한다며 분양가 등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아마추어 행정으로 집값 폭등을 촉발시킨 죄도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투기꾼과 실수요자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규제의 칼을 들이댄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번 대책에 큰 희망을 걸지 못하는 것은 당장 써 먹을 단기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기존의 철학이 바뀐 흔적이 엿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부동산에 관한 한 정부는 자존심을 버릴 때가 됐다.
 `어떻게든 부동산은 잡을 수 있다’는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처음부터 진지하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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