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의 매월당 김시습은 늘 술에 취해 산 기인이었다. 그는 세조 쪽에 빌붙은 권력가들을 송충이 보듯 했다. 한번은 한명회의 호화별장 앞을 지나다 내걸린 자작시를 보게됐다.`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젊어서는 사직을 붙들었고 늙어서는 강호에 누워있도다.) 김시습은 두 글자를 뜯어고쳤다. `扶’를 `危’로, `臥’를 `汚’로. 그러니 뜻이 확 달라져 버렸다. (젊어서는 사직을 위태롭게 했고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혔도다.)
지난주 군위군의원들과 군위읍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였다. 군위군의원들 사이에서는 술잔이 날고 욕설과 발길질이 오갔다고 보도됐다. 취중 활극을 벌인 두 의원은 거의 연례행사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는 앙숙이라나 보다. 이런 때문인지 술자리를 함께 한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며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가 이런 말을 했다. “욕설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욕을 먹는 사람,욕을 전하는 사람,그러나 가장 심하게 상처를 입는 쪽은 욕설을 퍼부은 그 사람 자신이다.” 이번 군위군의원들은 욕설을 주고받았다하나 에라스무스처럼 욕설을 즐기지도 않았다. 하물며 김시습처럼 권문세가를 우습게 만들어 버린 것도 아니다. 필경 쌍소리를 주고 받았을 것 같은데 고리키의 말대로 본인들만 상처를 입은 것 같다. 그러니 민심을 얻지도 못했다나 보다. 나사가 풀린 공직사회의 한 단면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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