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이라는 말도 그렇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 ~사냥’ `~ ~ 소싸움’ `~ ~ 100미터 경주’…. 스포츠 중계석에 앉은 해설자, 심지어 아나운서까지도 사뭇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연발하는 걸 여러 번 들었다. 아마 `박진’을 긴박하고 빠르게 나아가다(迫進)는 뜻으로 잘못 알고 있어서일 게다. 다이내믹·긴박감·속도감 같은 낱말을 달리 표현한 것이 박진감이란 착각이 빚은 오류이리라.
`박진감’은 국어사전에 `박진감(迫眞感)’ 하나밖에 올라 있지 않다. `진실에 가까운 느낌’이 그 뜻풀이다. 따라서 이 말은 `그 영화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장면이 볼만하다’든가 `그녀 연기가 하도 자연스러워 그 드라마는 정말 박진감이 있다.’ 따위로 말할 때에만 올바른 쓰임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운운하는 건 스포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진짜가 아니라 각본에 충실하게 능숙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말인 셈이다. 본의는 아니겠지만 선수들에게는 모욕적인 표현이다. 한데-.
컵대회 승부조작에 연루된 프로축구 선수들이 속속 까발려지고 있다. 혐의선상의 선수가 자살하기도 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은 상상외로 폭넓게 만연해 있다는 소리가 검찰 쪽에서 흘러나온다. K리그 정규경기마저 의심스럽다고 한다. 배신감을 느끼는 팬들은 당장 K리그를 중단하라고 외치는 지경까지 왔다. 사정이 이러하니, 아나운서가 `박진감 넘치는 경기’라고 했던 게 결과적으로 알맞은 표현이었던 셈이다. 돈 받고 져 주는 그라운드의 은밀하고 음험한 현실도 모르는 주제에 국어사전만 믿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는 틀린 말이라고 일구월심 주절거려온 호미곶자의 `외곬적 무지’가 스스로 딱하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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