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익빈 부익부, 시장경제와 무관-
  • 경북도민일보
-빈익빈 부익부, 시장경제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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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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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정 호/(자유기업원 원장)
 
 빈익빈 부익부!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된다는 말이다. 시장경제가 만들어내는경제성장이 그 같은 사회 병리 현상을 만들어낸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가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자하면 시장경제를 통한 경제성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벗어나는 과정이다. 그런 사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 식모의 역사다.
 7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는데, 당시 지어진 아파트 평면도에는 R, L, B, MR 등의 이니셜이 붙여져 있었다. R은 침실(Room)이고 L은 거실(Living Room), DK는 부엌(Dining and Kitchen)의 첫 자를 딴 것이지만, 부엌 옆에 붙은 MR이 무엇의 약자인지를 아는 분은 많지 않다. 그건 Maid Room의 첫 자를 딴 것으로서 식모방을 뜻한다.
 80년에 지어진 청담동 삼익 아파트(54평)에 식모방이 있다. 그 아파트가 식모방을 가진 마지막 아파트일 것이다. 80년대 식모들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50~60년대에 그리 많던 식모들이 70년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80년대부터 거의 사라졌다. 식모는 중·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의 어린 여자 아이들이다. 부모들이 입이라도 하나 덜어보고자 학교도 안 보내고 식모로 보냈던 것이다. 식모는 당시 가장 가난한 집 자식이었다. 자기 자식을 학교도 안 보내고 싶고, 또 자기 자식이 주인집 자식으로부터 구박받는 것을 바라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식모들이 당시보다 더욱 가난해졌다면 빈익빈이라는 말이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더욱 가난해진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해 떠난 것이다. 그리고 부모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 자식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식모들이 사라진 것이다. 경제성장은 가난한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과정이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될까? 자본주의는 아주 역동적인 사회다. 1965년 매출액 기준 10대 기업으로는 동명목재, 금성방직, 판본방적, 경성방직, 대성목재 같은 이름이 올라있다. 그 뒤 40년 동안 당시 대기업 중 대부분은 쓰러졌고 지금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전자, 포스코, SK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이 부침을 거듭함을 보여주는 자료다.
 경제자유네트워크라는 국제조직이 매년 각 나라의 경제자유 지수를 만들어낸다. 어느 나라가 가장 자본주의적인가를 평가하는 지수인 셈이다. 2002년 평가 대상 123개국 가운데 홍콩이 1위, 싱가폴이 2위고, 그 뒤를 영국,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등이다. 한국은 31위, 가장 꼴찌는 미얀마, 콩고, 베네주엘라 같은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을 순위별로 5등분해서 가장 못사는 10%의 소득이 그 나라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내보았는데 그 결과가 흥미롭다. 경제자유지수와 무관하게 대부분 2% 내외에서 비슷하게 나온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든 사회주의 국이든 가장 못사는 사람들 10%가 차지하는 소득의 비중은 2% 내외에서 비슷하다는 사실은 시장경제가 빈부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월드비전 같은 자선단체에 월 2만원만 기부하면 그 돈으로 가난한 나라 아이 한명을 먹여 살리고 학교에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달 2만원 정도는 기부할 능력이 있다. 그만큼 잘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빈곤층 수준은 몽골로 치면 중산층 정도고, 이디오피아로 치면 상류층이다. 가난한 사람 소득도 평균소득이 느는 것과 비례해 늘어간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대체로 우리 국민은 경제활동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 평등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시장경제를 통한 경제성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을 탈출하는 과정이다. 그 중에는 빨리가는 사람도 있고 늦게 가는 사람도 있지만 30~40년이 흐르고 난 지금 돌아보면 대부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자유에 상응하는 평등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완벽하지 못해서 아직 가난한 사람은 남아 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성장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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