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형난제는 양자 중 어느 쪽이 낫고 못한지 분간키 어려운 경우에 쓰는 말이다. 한나라 진원방의 아들과 그의 사촌이 서로 자기 아비가 더 훌륭하다고 다투다가 할아버지 진식(陳寔)에게 판정을 호소한 바, 진식은 `원방도 형 되기 어렵고 계방도 동생 되기가 어렵다(원방난위형 계방난위제;元方難爲兄 季方難爲弟)’고 한 세설신어 문구에서 유래한다.
검찰과 경찰의 오랜 수사권 다툼이 타결되었나 싶더니, 합의소식을 전하는 신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싸움은 이어지고 있다. `내사(內査)’가 수사의 범위에 드느냐 아니냐다. 경찰이 이걸 검사지휘 안 받고 멋대로 착수하고, 종결할 수 있네, 안되네 하는 싸움인데, 대통령의 말마따나 `밥그릇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거다. 국민들 보기엔 양측 주장 모두가 그야말로 도토리 키 재기다. 여기뿐만이 아니다.
약국에서 팔도록 돼 있는 박카스 등 40여 가지를 의약외품으로 분류, 수퍼에서도 취급할 수 있게 하자는 논의의 와중에 의사들이 감기약인들 약국에서만 팔아야 하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약사들은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도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된 만큼 약국서 팔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감정싸움도 각자 명분은 어김없이 국민편의다. 언제부터 저들이 국민을 그리도 섬겨왔는지는 모르지만 허황된 명분의 껍질을 벗기면 `밥그릇싸움’일 뿐이다. 저 이산해가 다섯 살 때 본 밤송이 안의 밤톨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형-동생 구분이 안가는 건 여기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 그렇다면 한 치 부끄럼 없이 밥그릇싸움을 벌여대는 검-경집단과 의-약사집단을 저울에 올리면 어느 쪽이 무거울까. 일러 `난법난의(難法難醫)’라고나 할까. 지금 이 나라는 집단간, 지역간 온통 난형난제판이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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