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고속도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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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고속도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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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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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잿가루와 터키인의 검은 피로 만든 시럽이며, 낡은 구두나 장화를 삶아낸 국물 ….” 커피금지령을 선포해달라고 1975년 영국 황실에 제출됐다는 탄원서의 한 대목이다. 커피 애호가들이 펄펄 뛰었음직한 악평이다. 영국의 커피 1호점인 바고니아가 1652년에 문을 열었다니 커피혐오세력이 만만치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하면 프리드리히 대왕은 지독한 커피 중독자였다. 아침엔 여덟 잔, 낮에는 단지로 마셨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소리다.
 프리드리히 대왕 수준에 견줄 수는 없지만 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커피는 식후 음료로 뿌리를 내린 것 같다. 커피가 빠진 식사는 애연가의 `식후불연’만큼이나 허전하기까지 하다. 시인 박목월도 `커피 한잔’을 입에 올렸다. “노년기의 백지처럼 표백된 나의 생활공간 속에서 정결한 찻잔에 담긴 다갈색 한잔의 물은 때로는 삶의 의식이 그것에만 집중되고 살아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국 168개 고속도로 휴게소 1211개 업소 가운데 12곳이 식품위생법을 어겼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엊그제 밝힌 12곳 가운데 11곳이 대구·경북 휴게소다. 달랑 1곳만 걸리더라도 부끄러운 노릇이거늘 이야말로 해도 너무했다. 영천휴게소 5곳은 `부적합 지하수’로 끓인 라면, 우동, 커피를 팔다가 걸렸다. 문경휴게소는 심지어 영업신고조차 하지 않고 커피 따위를 팔다 사법당국에 고발까지 당했다고 한다.
 자동차로 장거리 고속도로 여행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커피의 효용성을 인정한다. 더구나 운전대를 잡는 사람에게는 휴게소 커피 한잔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음료다. 그 쓴 맛도 꿀맛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런 커피를 허드렛물이라고 해도 좋을 물에 타서 파는 심사를 알 수가 없다. 두번 다시 만날 일 없는 뜨내기손님이어서 그러는 것인가. 서비스 시대에 사는 사람치고는 참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김용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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